며느리가 건너집의 김총각과 재미있게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꾸짖어 말했다.
"너는 무슨 일로 김총각과 함께 농담을 하느냐. 내 마땅히 너의 남편에게 말해 벌을 받게 하리라."
그러나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고 나날이 그 일로 꾸짖기만 하니 그 고통을 견뎌내기 어려웠다. 하루는 시어머니가 또 꾸짖고는 밖으로 나갔다. 며느리가 수심에 찬 얼굴로 혼자 집에 있을 때 이웃집 노파가 오더니 그 수심이 찬 얼굴을 보고 물었다.
"네가 무슨 일로 그렇게 수심에 찬 얼굴을 하고 있느냐"
"제가 어느 날 이웃집 김총각과 서로 몇 마디 말을 했다고 시어머니가 날마다 꾸짖는데 이젠 정말로 괴로워 그것 때문에 근심하고 있습니다."
"너의 시어머니가 무엇이 떳떳하다고 그런 일로 너를 괴롭히는가. 저가 젊었을 때 고개 넘어 김풍헌과 어울려 밤낮으로 서로 미쳐서 잠자리를 같이 한 것이 탄로나 큰 북을 짊어지고 세 동네를 돌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무슨 낯으로 꾸짖는단 말이냐. 또다시 그렇게 하면 이 말을 하라."
며느리가 듣고는 크게 기뻐했다. 이튿날 시어머니가 또 꾸짖기에 며느리가,
"어머님은 무엇이 떳떳하다고 이렇게 언제까지나 저만 보면 귀찮게 하십니까"
하고 말을 하자 시어머니가,
"내가 떳떳하지 못한 것이 뭣이 있느냐“
하고 반문했다.
"김풍헌과 서로 미쳐 큰 북을 짊어지고 세 동네를 돈 일을 생각해 보세요."
며느리의 이 말에 시어머니는 핏줄을 세우며 말했다.
"그 일을 누가 너에게 말하더냐. 누가 큰북을 짊어졌다고 하더냐. 다른 사람의 일에 공연히 말을 더해서 떠들다니. 그리고 큰북은 무슨 놈의 큰북이냐 작은북이었고 또 세 동네가 아니고 두 동네 반 돌다가 그만 두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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