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어느 날 안 정승이 길가는 중을 불렀다.
"스님, 여쭐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우리 궁궐에 말입니다. 권 정승이라고 있는데, 나는 안 정승이고, 이 권 정승이 자꾸만 농담으로 나를 욕하는데, 나 이거 원, 권 정승을 어떻게 욕을 해 주면 좋겠습니까?"
"그러면 날을 정해 권 정승을 안 정승 집으로 청해 주시오. 그럼 내 그때 지나갈 테니까 나를 불러 주시오. 그러면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안 정승은 중에게 이 같은 약속을 받았다. 약속한 그날 중이 안 정승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대사."
"예."
"이리 오슈. 우리 술이나 한잔 합시다"
중이 떠억 들어가서 술을 한잔했다. 권 정승이 있다가 중에게 물었다.
"대사, 성이 뭐요?"
"예, 저는 성이 복잡합니다. 우리 오마니가 얼마나 설쳤는지 나를 성태(成胎)할 적에 네 사람이나 붙어 가지고 났기 때문에 성이 곤란합니다. 우리 오마님은 李가도 붙이고요, 노(蘆)가도 붙이고요, 엄(嚴)가도 붙이고요, 최(崔)가도 붙였대요."
"그래, 어떻게 됐소?"
"말하기 곤란 합니다만, 그래서 이가에겐 나무 木자 하나 따고요, 노가에겐 풀 초(艸)자를 따고요, 엄가에게선 입 口 자 두 개를 따고요, 최가에게서는 새 추 자를 따서 권(權)가가 됐습니다."
중의 이야기를 들은 권 정승은 "에이, 쌍놈" 이라고 욕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오래간만에 권 정승을 욕보인 안 정승은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