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강감찬 장군이라고 있었는데 이 사람이 재간동이지만도 마을에 무슨일을 하게 되면 하여간 짓궂은 짓도 잘했대. 이 동네 색시들은 봄이 되면 물마중을 가는데 어느날 강감찬이 발가벗고서는 기름독에 들어갔다 나와서 밀가루 독에 들어갔다 나온 뒤 여자들이 물마중 가는 길가의 큰 고목나무 위에 앉아서는
"여봐라, 거기 다 섰거라."
그러니 온 각시들이 옷을 곱게 입고 가다가 깜짝 놀라 모두 섰다.
"내가 하늘에서 내려온 옥황상제인데, 너희 말이야, 남편이 몇명인지 제대로 다 말하거라. 내가 낱낱이 알고 있지만 만약에 너희들이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단박에 너희들의 모가지가 달아날 줄 알거라."
여자들이 가만히 보니까 겁이 덜컥 나거든? 머리고 온몸이고 허연게 옥황상제는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정말 옥황상제인가 했겠지. 놀란 가슴 간신히 진정을 시키고는 하나 둘 대답을 하는 거야.
"나는 둘이오, 둘."
"나는 셋이오, 셋."
어떤여자는 아홉이요 18이요 하고 이실직고한단 말이야.
그런데 자기 마누라만 대답을 하지 않으니 그 여자를 향해 강감찬이 너는 몇이냐고 물었어. 그러자 그 여자는
"나는 남편이 하나 반이오"
하는 거야.
강감찬은 하도 어이가 없어 모두들 가던 길 가라고 했어. 그리고는 얼른 집으로 돌아와 시침을 딱 떼고 마누라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물 마중 갔다 돌아 오는 마누라에게 물었어.
"물 마중 별일없이 잘 갔다 왔는가?"
"그럼요. 아주 잘 갔다 왔지요."
"정말 아무 일 없었는가?"
강감찬이 묻자 마누라는 왠지 좀 전에 본 옥황상제의 모습이 떠올라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어. 속이게 되면 모가지 달아날 것 같고 차라리 부끄럽지만 옥황상제의 말처럼 사실을 얘기하면 죽지 않고 살겠구나 싶어 얘기했지.
"물 마중을 가다가 옥황상제를 만났는데 느닷없이 남편이 몇이냐 묻지 않겠어요. 거짓말을 하면 목이 달아난다고 해 솔직히 말했지요. 다른 여자들은 둘이요, 18이요 했지만 나는 겨우 남편이 하나 반이라고 했지요."
"뭐라고, 하나 반?"
"예."
"어째서 나는 분명 하나인데 하나 반인가? 반은 어떤 놈인가?"
"내가 아침에 머리를 감느라고 허리를 숙이고 있는데 웬 사내놈 하나가 다가와 덥석 젖통을 잡아 보고 비틀어 보고 달아나는 거예요.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그놈이 반쪽 서방 아니겠어요?"
이 말을 들은 강감찬은 아무 말도 못 했어.
바로 젖통을 잡은 그놈이 자신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