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5 4

한잔 주게

옛날에 팔푼이가 장가를 갔는데 여편네 다룰 줄을 몰랐다. 여편네가 아무리 신호를 해도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새참을 함지에 담아 이고는 남편이 김을 매고 있는 밭으로 갔다. 남편이 밭의 비탈진 곳에서 새참을 먹는 동안 부인은 비탈진 언덕 위에 앉아 삼베치마를 썩 걷어 올렸다. 속고쟁이 사이로 자신의 아랫도리가 보이도록 하여 남편을 자극시키려는 것이었다. 남편은 연신 밥을 먹으면서 자꾸 여자의 아랫도리를 보게 되었다.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고 머리를 흔들기도 하면서 자세히 관찰한 남편은 아주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새참을 다 먹은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여보, 당신 그게 어째 그렇게 생겼소?"그러자 아내가"아, 밥함지를 이고 오다 탁 넘어졌는데, 수수글갱이(그루터기)에 상처를 입어 이렇게 됐지요"하고..

해학과 재치 2025.04.15

편지

편지 봄행여나 늦어질까 목련화 등을 켜고급하게 한길가에 개나리도 보냈어길가가 환히 밝았네 어서 빨리 오시게. 여름붓끝을 고른 후에 진심(盡心) 듬뿍 묻히고구름에 띄운 글이 속내가 절절(切切)하다눈감고 글을 새기다 아지랑이 아지랑이. 가을하고픈 말 하 많아서 하늘만 바라보며속내를 다 밝히면 마음을 여시려나낙엽에 사연을 적어 바람결에 날린다. 겨울호젓한 마음으로 비워둔 흰 공간에점점이 찍혀버린 눈물흔적 아쉬워흰 눈이 다시 내리길 오늘도 꿈을 꾼다. 속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정

현대시조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