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한잔 주게

임기종 2025. 4. 1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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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팔푼이가 장가를 갔는데 여편네 다룰 줄을 몰랐다. 여편네가 아무리 신호를 해도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새참을 함지에 담아 이고는 남편이 김을 매고 있는 밭으로 갔다. 남편이 밭의 비탈진 곳에서 새참을 먹는 동안 부인은 비탈진 언덕 위에 앉아 삼베치마를 썩 걷어 올렸다. 속고쟁이 사이로 자신의 아랫도리가 보이도록 하여 남편을 자극시키려는 것이었다. 남편은 연신 밥을 먹으면서 자꾸 여자의 아랫도리를 보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고 머리를 흔들기도 하면서 자세히 관찰한 남편은 아주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새참을 다 먹은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 그게 어째 그렇게 생겼소?"

그러자 아내가

", 밥함지를 이고 오다 탁 넘어졌는데, 수수글갱이(그루터기)에 상처를 입어 이렇게 됐지요"

하고 대답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당신의 그것으로 좀 만져줘야 이내 아물겠어요."

", 그럼 그렇게 해야지."

마침내 남편은 부인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자를 알게 됐는데 원래 좀 모자란 사람인지라, 시도 때도 없이 요구를 하는 것이다. 옆에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근심거리가 된 아내가 남편에게 조용히 타일렀다.

"여보, 자꾸 이러면 남들이 웃어요. 그러니 남들이 보지 않을때 하거나 또 정 그렇게 생각이 간절하면 '여보, 한잔주게' 하고 신호를 주세요. 그러면 내가 곧 알아차려 남의 눈을 피해 만족시켜 주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시아버지(장인)가 찾아왔다. 부인이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편은 뒤고방에 앉아서 여편네를 내다보다가 음침한 생각이 났는지 소리쳤다.

"여보, 한잔 주게."

그러자 부인은 '남편이 또 생각이 있어 저러는구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장인은 '오늘 아침에 반주나 한잔 있으려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침상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반주가 없었다. 사위는 그것도 모르고

"여보, 빨리 한잔 주게"

하더니 부인과 뒷방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장인은 화가 나

"이놈의 사위가 반주를 뒷방에서 혼자 처먹는구나"

하고 소리를 냅다 지르고 딸집을 떠나 버렸다. 훗날 친정에 간 딸을 보고 친정 어머니가

", 너 저번에 아버지가 갔을때 그렇게 푸대접했다면서. 그래서야 되겠느냐?"

하고 나무랐다. 그러자 딸은 어쩔수 없이 자초지정을 얘기해 오해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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