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과 유머(humor)

임기종 2025. 12. 1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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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되는 육담은 주로 선비들이 관직을 은퇴한 후 자료를 모아 한문으로 쓴 글이 대부분이다.

유명한 고금소총(古今笑叢)은 민간전승(傳承)야담 가운데 골계(滑稽),소화(笑話), 풍자담(諷刺談) 등을 모은 육담설화집으로 편자는 미상이나 편찬연대는 조선 후기쯤으로 추정된다. 이 책에는 강희맹(姜希孟)의 촌담해이(村談解滯), 송세림(宋世琳)의 어면순(禦眠楯), 성여학(成汝學)의 속어면순(續禦眠楯), 서거정(徐居正)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閒話滑稽傳)등이 수록돼 있다.

17,18세기에 들어서 선비들의 잠을 막아주는 방패라는 송세림의 어면순(禦眠楯)과 비슷한 책이 많이 나왔는데 홍만종(洪萬宗)의 명엽지해(蓂葉志諧)등이다. 근래에 들어 1947년 송신용(宋申用)이 조선고금소총 제1회 배본서로 어수록(禦睡錄), 2회 배본서로 촌담해이, 어면순, 속어면순을 출판했다.

1959년 민속자료간행회에서 고금소총을 유인본(油印本)으로 펴냈는데 이야기가 매우 다양하다. 저자에 따라 외설과 단순한 우스개 소리로 그치는 것도 있지만 글쓴이가 대개 학자나 양반들이었기 때문에 짜임새나 표현기교가 세련되고 인간성의 이해와 현실풍자미가 깃들어 있다.

육담(肉談)은 남녀 간 색정(色情)이나 성()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민중 사이에 널리 퍼져 있음에도 품격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글들은 임금까지도 이불속에서 몰래 읽었다고 한다. 육담은 은유성이 짙다. 또 사회상을 암시적으로 묘사하면서 친근한 일상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공감을 갖고 웃을 수 있다. 아울러 민초들의 진솔한 생활과 의식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며 성이 개방되지 않은 시절에는 성교육 자료로 쓰이기도 했음을 이해해야 한다.

 

철학자들은 웃음이 신체적, 생리적, 심리적 원인 및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긴다고 말한다. 또 고대 그리스에서는 웃음을 도덕과 관련시켜 설명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리적 또는 도덕적 추함과 저열함 속에서 자신의 덕()을 실재보다 고상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이 익살과 웃음을 만들어 낸다고 했고 플라톤은 질투의 감정에 쾌감이 더해진 것이 웃음이라고 말했다.

 

홉스나 데카르트는 타인의 단점이나 불완전성에 대해 자신이 우월성을 느끼는 경우에 웃음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웃음은 지적 관찰의 결과도 된다. 쇼펜하우어는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일과 현실의 불일치를 갑자기 깨달았을 때 웃음이 생긴다고 말했고 베르그송은 살아 있는 인간에게서 무생명적, 기계적 메카니즘을 생각하게 하는 그 어떤 깨달음 즉 자연적인 것에 인위적인 것이 대치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웃음은 내면적 심적 과정이 외부로 나타나는 반응인 것이다.

칸트는 웃음이란 한껏 부풀었던 기대가 갑자기 해소 될 때 또는 기대로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갑자기 풀릴 때 생긴다고 말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웃음을 자아내는 기지, 익살, 유머 등의 심리적 과정을 심적 에너지 억제와 소비의 차이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에 의해 포괄적으로 설명한 적도 있다.

 

어쨌든 웃음을 웃기에는 먼저 평정(平靜)한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고 타인과 자신을 일정한 거리에 두고 봐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거나 화가 날 때, 누군가를 깊이 동정하거나 불쌍히 여기고 있을 때는 웃을 수가 없다. 따라서 웃음은 개인의 유쾌한 체험이며 불쾌감을 쫓아내는 표현으로 가식이 섞이지 않은 가장 순수한 순간에 나타나는 반응인 것이며 힘든 세파를 견딜 수 있게 하는 활력소인 것이다.

 

평소 웃지 않는 것을 근엄하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이다. 잘 웃는 사람이야 말로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