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철학우화 170

임기종 2015. 2. 1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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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바보

  약간은 유식하고 현학적인 주정뱅이 영감이 소란을 피운 죄로 시내의 법정에 끌려 나왔다.

  "그대는 술에 취해 소동을 저지른 죄로 고소되었다."

  판사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판결을 선고하는 데 이의가 있는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한 비인간적인 행동은 수많은 비극을 낳았노라."

  죄수는 도도하게 웅변을 시작했다.

  "나는 포우만큼은 타락하지 않았으며, 바이런만큼 난봉꾼도 아니며, 키츠처럼 배은망덕하지도 않고, 번즈처럼 과격하지도 않으며, 테니슨처럼 겁쟁이도 아니며, 세익스피어처럼 저속하지도 않으며..."

  "그만!"

  판사가 중단시켰다.

  "9일을 선고한다. 그리고 사무원, 이 사람이 말한 다른 이름들을 적어서 그놈들도 잡아오도록. 그놈들도 이 사람만큼이나 나쁜 놈들이군."

판사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며 피고는 모르고 있으면서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바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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