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철학우화 180

임기종 2015. 3. 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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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

  나는 어느 술꾼과 한 동네에서 몇 년을 이웃하고 산 적이 있었다. 그는 매우 멋진 남자였는데 때로 그의 부인이 내게 와서 부탁하곤 하는 일이 있었다.

  "제 남편이 아직 귀가하지 않았어요. 남편은 취해서 어딘가에 쓰러져 있을 텐데... 너무 어두워져서 제가 찾아 나설 수가 없군요. 좀 도와주세요. 당신이 그이를 찾아주실 수 없을까요?"

  그래서 나는 그를 찾아오고는 했다. 나는 시궁창에서 혹은 길바닥에 누워 있거나 우체통에 기대어 있는 그를 찾아내서 데려오곤 했다. 그러나 그는 한 군데도 다치진 않았다. 아침이 되면 그는 늘 달려 나갈 정도로 생기가 있었으며 저녁에는 또다시 술을 마시고 쓰러지곤 했다.

넘어질 때 그는 자기 의식이 없이 단순히 넘어진다.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당신은 넘어질 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굳어지며 저항한다. 바로 그 저항에 위험이 있다. 몸이 굳어지면 당신의 뼈는 부러지게 되어 있다. 땅이 당신을 해치는 게 아니라 당신 자신의 저항이 당신을 해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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