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5. 12. 2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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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배 - 박용철(朴龍喆)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 희살짓는다 : 훼방을 놓는다는 뜻으로 '헤살짓는다'의 전라도 사투리.

 

({시문학} 창간호, 1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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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부산일보신춘문예 시조당선작]

 

노을 / 반영호

 

 

피 토하며 꺼져 가는

운명을 보라.

 

애절함이 분노처럼 끓어 넘치는

차라리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장엄한 이별

저토록

처절한 아픔을 어이하리

저토록

처절한 사랑을 어이하리

 

해질 녘

붉은 물결에 꽃 그늘로 지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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