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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金永郞)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디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시문학} 3호, 19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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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경남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눈길에서 / 이재호
쇠죽연기 서슬 퍼런 우윳빛 커튼 너머
잔설이 누더기 되어 걸어가는 산 마을
동그란
하늘 내려와
자갈밭은 은하 되고
얼면서 크는 나목 노란 햇살 새끼치자
비루먹은 거랑가 얼음 칼만 번득인다
작은 새
서툰 노저어
탱자울 넘나들고
타오르는 불면덩이 이엉으로 엮고 엮어
하얀 밤 눈사람이 끼적이며 부른 이름
오늘은
싸락눈 되어
새가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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