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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金永郞)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문학} 3호, 19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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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매일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어떤 肖像 / 이숙경
흐린 불빛에 돌연 어지럼증이 일어
불태워 밝히고 싶은
어둔 저 가슴 한복판
천천히
들이붓는다
몇 잔 검푸른 독주
입 닫고 눈 닫고
귀마저 틀어막던
차마 못 깨뜨릴
오랜 고독의 뼈대
누군가
나무마치로
바스러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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