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 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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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金永郞)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문학} 3, 19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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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매일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어떤 肖像 / 이숙경

 

흐린 불빛에 돌연 어지럼증이 일어

불태워 밝히고 싶은

어둔 저 가슴 한복판

천천히

들이붓는다

 

몇 잔 검푸른 독주

입 닫고 눈 닫고

귀마저 틀어막던

차마 못 깨뜨릴

오랜 고독의 뼈대

 

누군가

나무마치로

바스러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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