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2. 1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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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서() - 유치환(柳致環)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여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沙漠)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死滅)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동아일보}, 193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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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시간/황 능 곤

이제는 절로 달로 매 월말 무렵이면

설레는 처방전에 답신을 기다리며

길고 먼 수림의 꿈을 가만가만 삼는다.

 

오늘도 나 중심의 미지의 시간들이

돌다리 놓아주는 어제를 그려가며

미래의 날개 속 품에 긴긴 한숨 돌리고.

 

이래서 저물어도 아직은 옛 멋 남아

젊음을 불태웠던 청복을 가려감고

푸르른 하늘 멀리에 다진 마음 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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