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2. 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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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 김동명(金東鳴)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조광}, 19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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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에서/자경 전 선 구

 

법열로 가득 채운 닿지 않는 산초 등잔

적막도 잠든 산 속에 혼불로 밝혀 두고

영겁을 가슴에 품어 오고 감도 잊었던가.

 

고뇌도 삭고 삭으면 기쁨으로 변하는가

희열도 서러움도 본래에는 한 몸이었나

초연을 가슴에 품고 생도 멸도 잊었던가.

 

침묵은 뜨거운 설법 울려오는 저 소리를

침묵은 심연이다 그치지 않는 저 음성들

침묵은 화엄이로다 철을 넘어 피는 꽃들.

 

산천도 귀를 열고 빛 밝히는 말씀 듣고

석 장승 눈을 뜨고 장엄함을 바라볼 때

영혼의 닻을 드리우면 진리 한 폭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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