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내 마음은 - 김동명(金東鳴)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조광}, 1937.6)
------------------------
주산지에서/자경 전 선 구
법열로 가득 채운 닿지 않는 산초 등잔
적막도 잠든 산 속에 혼불로 밝혀 두고
영겁을 가슴에 품어 오고 감도 잊었던가.
고뇌도 삭고 삭으면 기쁨으로 변하는가
희열도 서러움도 본래에는 한 몸이었나
초연을 가슴에 품고 생도 멸도 잊었던가.
침묵은 뜨거운 설법 울려오는 저 소리를
침묵은 심연이다 그치지 않는 저 음성들
침묵은 화엄이로다 철을 넘어 피는 꽃들.
산천도 귀를 열고 빛 밝히는 말씀 듣고
석 장승 눈을 뜨고 장엄함을 바라볼 때
영혼의 닻을 드리우면 진리 한 폭 얻을까.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3.04 |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3.02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2.26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2.25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