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3. 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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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 노천명(盧天命)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시집 {산호림},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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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꽃/전 석 종

 

산자락 볕 잘 드는 나즈막이 내린 뜨락

하늘 길 열려진 문 제 물들여 올려픈 데

천년 꿈 실히 받쳐 든 보라빛의 도라지 꽃.

 

바람 점 한 점 떨기 능선 타는 계절이면

일렁인 솔 내음이 너무 좋아 들이웠단

넉하게 불려진 속심 제 한 몸값 터 나간다.

 

조신(操身)으로 세운 자리 청초한 매무새는

무위로 체득해 낸 과부족 없는 황금비

꽃대궁 펴 올린 날은 짙게 깔린 뻐꾹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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