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3. 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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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날 에워싸고   - 박목월(朴木月)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3인 공동 시집 {청록집},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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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부재중/김 차 순

 

듣는 것 보는 것 말하는 것, 할수록

쌓이는 건 눈, , 입 젖어드는 후회뿐

아직은 때가 아니다 맑게 갠 그 어느 날,

 

현관 바닥 쌓여 있는 얼룩진 신문뭉치

빗물 고인 지난 세월 신발장까지 첨벙인다

어떻게 닦아 낼꺼나 우산이나 펼쳐 둘 걸

 

듣는 것 보는 것 말하는 것, 때가 되어

드러낼 그날까지 다독이며 기다리래

젖으면, 모든 활자가 하나로 풀려 떠다닐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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