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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날 에워싸고 - 박목월(朴木月)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3인 공동 시집 {청록집},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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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부재중/김 차 순
듣는 것 보는 것 말하는 것, 할수록
쌓이는 건 눈, 귀, 입 젖어드는 후회뿐
아직은 때가 아니다 맑게 갠 그 어느 날,
현관 바닥 쌓여 있는 얼룩진 신문뭉치
빗물 고인 지난 세월 신발장까지 첨벙인다
어떻게 닦아 낼꺼나 우산이나 펼쳐 둘 걸
듣는 것 보는 것 말하는 것, 때가 되어
드러낼 그날까지 다독이며 기다리래
젖으면, 모든 활자가 하나로 풀려 떠다닐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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