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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山上)의 노래 - 조지훈(趙芝薰)
높으디 높은 산마루
낡은 고목에 못박힌듯 기대여
내 홀로 긴 밤을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왔는가.
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구비구비로
싸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이제 눈 감아도 오히려
꽃다운 하늘이거니
내 영혼의 촛불로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
환히 트이는 이마 우
떠오르는 햇살은
시월 상달의 꿈과 같고나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
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
사슴과 토끼는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
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
내 홀로 서서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시집 {해방기념시집}, 19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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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 옛길에서 /小鳥 이 재 호
장승이 꾸벅하며 금의환향 빌고 선 길
마실서 보던 꽃이 들꽃 되어 올랐다
주막 터 막 지나는데 물소리가 주모되고
으름· 다래 꽃이 진 길 해 그늘도 꽃 닮았다
이슬로 목추긴 새 해맑은 흥타령에
땀 젖은 시커먼 사내 제 그늘까지 헹구며
뱀딸기 익은 길섶 산딸기 막 영글어
새빨간 그 이야기 땡볕 찍어 씹으니
별 헤던 숱한 그 나날 눈앞에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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