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3. 1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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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山上)의 노래   - 조지훈(趙芝薰)

 

높으디 높은 산마루

낡은 고목에 못박힌듯 기대여

내 홀로 긴 밤을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왔는가.

 

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구비구비로

싸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이제 눈 감아도 오히려

꽃다운 하늘이거니

내 영혼의 촛불로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

 

환히 트이는 이마 우

떠오르는 햇살은

시월 상달의 꿈과 같고나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

 

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

사슴과 토끼는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

 

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

내 홀로 서서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시집 {해방기념시집}, 19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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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 옛길에서 /小鳥 이 재 호

 

장승이 꾸벅하며 금의환향 빌고 선 길

마실서 보던 꽃이 들꽃 되어 올랐다

주막 터 막 지나는데 물소리가 주모되고

 

으름· 다래 꽃이 진 길 해 그늘도 꽃 닮았다

이슬로 목추긴 새 해맑은 흥타령에

땀 젖은 시커먼 사내 제 그늘까지 헹구며

 

뱀딸기 익은 길섶 산딸기 막 영글어

새빨간 그 이야기 땡볕 찍어 씹으니

별 헤던 숱한 그 나날 눈앞에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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