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3. 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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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   - 여상현(呂尙玄)

 

논두렁가로 바스락 바스락 땅강아지 기어나고

아침 망웃 뭉게뭉게 김이 서리다

꼬추잠자리 저자를 선* 황토물 연못가엔

약에 쓴다고 비단개구리 잡는 꼬마둥이 녀석들이 움성거렸다

 

바구니 낀 계집애들은 푸른 보리밭 고랑으로 기어들고

까투리는 쟁끼* 꼬리를 물고 산기슭을 내리는구나

 

꿀벌떼 노오란 장다리* 밭에서 잉잉거리고

동구밖 지름길론 갈모*를 달아맨 괴나리봇짐*이 하나 떠나간다

 

성황당 돌무데기 우거진 찔레

사철 하얀 종이쪽이 나풀거리더니 꽃이 피었네

느티나무 아래 빨간 자전거 하나

자는 듯 고요한 마을에 무슨 소식이 왔다

 

* 저자를 서다 : 장이 서다. 여기에서는 잠자리들이 매우 많다는 의미.

* 쟁끼 : 장끼[수꿩]의 방언.

* 장다리 : 무나 배추 따위의 꽃줄기.

* 갈모 : 기름 종이로 만들어, 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 쓰는 것.

* 괴나리봇짐 : 걸어갈 때 등에 짊어지는 조그마한 봇짐.

 

(시집 {해방기념시집}, 19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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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이 명 식

 

정갈한 흰 고무신에 마른 솔잎 한 잎

느린 개미 한 마리 선 긋고 지나간다

노승은 어찌할 수 없어 맨발로 뜰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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