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3. 2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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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길    - 유진오(兪鎭五)

 

그리운 사람이 있음으로 해

더 한층 쓸쓸해지는 가을밤인가 보다

내사 퍽이나 무뚝뚝한 사나이

그러나 마음 속 숨은 불길이

사뭇 치밀려오면

하늘도 땅도 불꽃에 싸인다

아마 이 불길이 너를 태우리라

이 불길로 해

나는 쓸쓸하고

안타까운 밤은 숨막힐 듯 기인가 보다

불길이 스러진 뒤엔

재만 남을 뿐이라고

유식한 사람들은 말하더라만

더러운 돼지 구융*같이 더러운 것

징글맞게 미운 것들을

모조리 집어 삼키는 불길!

이것은 승리가 아니고 무엇이냐

 

나는 일찍이 이렇게

신명나는 그리고 아름다운

불길을 사랑한다

 

낡은 도덕(道德)이나

점잖은 이성(理性)은 가르친다

그것은 너무나 두렵고

위험(危險)하지 않느냐고

 

어리석은 사람아

싸늘한 이성 뒤에 숨은

네 거짓과 비겁을

허물치 말까 보냐

 

네가 생각지도 못한

꿈조차 꿀 수 없던 그런 것이

젊은이 가슴에 손에 담겨서

그득히 앞으로만 향해 간다

 

외곬으로 타는 마음이 있어

괴로운 밤

나의 사랑 나의 자랑아

나는 불길에 싸여버린다

 

* 구융: 구유의 사투리. 구유는 마소의 먹이를 담는 큰 그릇.

 

(시집 {},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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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노래 /유 자 효

 

먼 산에 비가 올 때

그대를 생각는다

안개가 앞을 가리면

그대를 사랑한다

햇빛에 길이 열리면

슬픈 이별 또 하나

 

나를 찾아 떠난 길

서로 말은 없어도

끝내는 혼자 가는 길

외로울 것 없어도

이 밤을 잠 못 이룸은

서릿발 같은 저 달 탓

 

참 작은 내 생애에

참 작은 꿈 하나

이루면 다행이고

못 이뤄도 그만인

꿈같지 않다고 해도

나에게는 참 귀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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