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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수 - 유진오(兪鎭五)
금시에 깨어질듯 창창한
하늘과 별이 따로 도는 밤
엄마여
당신의 가슴 우에
서리가 나립니다
세상메기 젖먹이
말썽만 부리던 막내놈
어리다면 차라리
성가시나마 옆에 앉고 보련만
아!
밤이 부스러지고
총소리 엔진소리 어지러우면
파도처럼 철렁
소금 먹은듯 저려오는 당신의 가슴
이 녀석이
어느 곳 서릿 길
살어름짱에
쓰러지느냐
엄마여
무서리 하얗게
풀잎처럼 가슴에 어리는
나의 밤에
당신의 옷고름 히살짓던*
나의 사랑이
지열(地熱)과 함께
으지직 또 하나의
어둠을 바위처럼 무너뜨립니다
손톱 밑 갈갈이
까실까실한 당신의 손
창자 속에 지니고
엄마여
이 녀석은 훌훌 뛰면서
이빨이 사뭇
칼날보다 날카로워 갑니다
* 히살짓다 : 헤살짓다. 짓궂게 훼방놓다.
({신천지}, 19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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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유 상 용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만 오다가
언젠가 불이 붙은 키스의 황홀감
말없이 말을 하는 것 사랑으로 오고 있네
심장이 그려내는 애모가 더 깊어
공허를 다 태우는 끓는 피로 남아
삼켰던 침이 굳어져 목이 타는 사랑 줄
보고도 보고 싶어 세상과 바꿀 수 없고
떨어져 보이지 않아 하루가 길어지는
그 언제 숨겨둔 불씨 온 몸을 사룬다
떠남을 염려하여 애타는 눈빛으로
두 뺨에 흐르는 그대의 눈물은
내 마음 변치 말라는 한 마디 말이었오
잊히지 않는 그 만큼 내 안에 새겨 놓고
깊은 눈빛 광채 어려 시들지 않는 것은
웃음도 눈물도 없을 더 깊이가 보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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