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3. 3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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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 서정주(徐廷柱)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무서리 : 그 해의 가을 들어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

 

({경향신문}, 194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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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윤 석 환

 

마음 속 불안들이 화지(畵紙) 위에 풀린다

길 없는 길에 놓은 검정색 징검다리

말 못할 그때 사연들이 눈을 뜬다, 하나 둘

 

아물지 못한 흉터 다시 또 웃자라나

곰삭은 임의 가슴 쿡쿡 쿡 찔러댄다

살며시 손에 손을 잡고 문진으로 다가가

 

스러져 누운 강()도 잠에서 깨어나고

마음을 읽을수록 강물은 부서지고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기억들이 떨어져

 

무시로 드나 나나 마음을 읽는 치료

소통과 충돌 속에 변하는 우리 마음

솎아 내 빈 칸에 채우니 웃음 속에 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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