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3. 2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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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수    - 유진오(兪鎭五)

 

금시에 깨어질듯 창창한

하늘과 별이 따로 도는 밤

엄마여

당신의 가슴 우에

서리가 나립니다

세상메기 젖먹이

말썽만 부리던 막내놈

어리다면 차라리

성가시나마 옆에 앉고 보련만

 

!

밤이 부스러지고

총소리 엔진소리 어지러우면

파도처럼 철렁

소금 먹은듯 저려오는 당신의 가슴

이 녀석이

어느 곳 서릿 길

살어름짱에

쓰러지느냐

 

엄마여

무서리 하얗게

풀잎처럼 가슴에 어리는

나의 밤에

 

당신의 옷고름 히살짓던*

나의 사랑이

지열(地熱)과 함께

으지직 또 하나의

어둠을 바위처럼 무너뜨립니다

 

손톱 밑 갈갈이

까실까실한 당신의 손

창자 속에 지니고

 

엄마여

이 녀석은 훌훌 뛰면서

이빨이 사뭇

칼날보다 날카로워 갑니다

 

* 히살짓다 : 헤살짓다. 짓궂게 훼방놓다.

 

({신천지}, 19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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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유 상 용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만 오다가

언젠가 불이 붙은 키스의 황홀감

말없이 말을 하는 것 사랑으로 오고 있네

 

심장이 그려내는 애모가 더 깊어

공허를 다 태우는 끓는 피로 남아

삼켰던 침이 굳어져 목이 타는 사랑 줄

 

보고도 보고 싶어 세상과 바꿀 수 없고

떨어져 보이지 않아 하루가 길어지는

그 언제 숨겨둔 불씨 온 몸을 사룬다

 

떠남을 염려하여 애타는 눈빛으로

두 뺨에 흐르는 그대의 눈물은

내 마음 변치 말라는 한 마디 말이었오

 

잊히지 않는 그 만큼 내 안에 새겨 놓고

깊은 눈빛 광채 어려 시들지 않는 것은

웃음도 눈물도 없을 더 깊이가 보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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