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4. 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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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光化門)   - 서정주(徐廷柱)

 

북악(北岳)과 삼각(三角)이 형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

형의 어깨 뒤에 얼굴을 들고 있는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

어느새인지 광화문 앞에 다다랐다.

광화문은

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종교(宗敎).

조선 사람은 흔히 그 머리로부터 왼 몸에 사무쳐 오는 빛을

마침내 버선코에서까지도 떠받들어야 할 마련이지만,

왼 하늘에 넘쳐 흐르는 푸른 광명(光明)

광화문 저같이 의젓이 그 날갯죽지 위에 싣고 있는 자도 드물다.

상하 양층(上下兩層)의 지붕 위에

그득히 그득히 고이는 하늘.

위층엣 것은 드디어 치일치일 넘쳐라도 흐르지만,

지붕과 지붕 사이에는 신방(新房) 같은 다락이 있어

아랫층엣 것은 그리로 왼통 넘나들 마련이다.

()같이 고우신 이

그 다락에 하늘 모아

사시라 함이렷다.

고개 숙여 성() 옆을 더듬어 가면

시정(市井)의 노랫소리도 오히려 태고(太古) 같고

문득 치켜든 머리 위에선

낮달도 파르르 떨며 흐른다.

 

({현대문학} 8, 19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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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우리 독도 /박 철 구

 

검푸른 바다 위에 우뚝 솟은 두 개의 섬

동해의 파수꾼이 파도 속에 늠름하다

산재한 크고 작은 섬 보석처럼 빛난다.

 

제일 먼저 해가 돋는 동쪽바다 한복판

잉크색 쪽빛바다 쉴새없이 출렁이고

구름과 짙은 안개는 비경을 연출한다.

 

신비로운 천장굴, 사람 모양 얼굴바위

남근 같은 숫돌바위, 시원스런 부채바위

우뚝 선 등대 위로는 흰구름이 한가롭다.

 

떼 지은 괭이갈매기 바위틈에 집을 짓고

인적 드문 태고의 자연 탄성을 자아내고

탕건봉 코끼리바위 창조주의 걸작이다.

 

어느 누가 이 섬을 자기 땅이라 주장하나

천혜의 보물섬은 오늘도 외치고 있다

한반도 가장 동쪽의 주옥 같은 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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