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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의 독백(獨白)
- 사소(娑蘇) 단장(斷章) - - 서정주(徐廷柱)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鷹]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開闢)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 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사조(思潮)} 창간호, 19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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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 영토'에 앉아 /박 영 교
1.
가깝게 있어도 멀리 느껴지는 사람
먼 곳에 앉아 있어도 아주 가깝게 있는 이
사람 맘
어디서 시작되는 걸가
아무리 제어해도 안 된다.
2.
넌 나에게 산 첩첩 골 깊은 사람인가
골 푸른 살 메아리 진한 물 소리 같은 사람
살면서
어둠 헤치고
산골 밝은 목소리.
3.
겨울이라고 내 마음엔 흰눈 얹어 자리 잡을까
들길에 하루 종일 푸른 빛살 나르더니
풍경화
그늘을 지우며
뚝뚝 녹아 듣는 낙수.
4.
부석사 길 빙판 위를 오늘 손님 태우고 간다.
석축이며 석등 불상, 백팔계단 오르는 번뇌
발자국
가득히 채우는
무량수전 무거운 와가(瓦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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