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4. 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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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의 독백(獨白)

- 사소(娑蘇) 단장(斷章) -    - 서정주(徐廷柱)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開闢)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 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海溢)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사조(思潮)} 창간호, 19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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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 영토'에 앉아 /박 영 교

 

 

1.

가깝게 있어도 멀리 느껴지는 사람

먼 곳에 앉아 있어도 아주 가깝게 있는 이

사람 맘

어디서 시작되는 걸가

아무리 제어해도 안 된다.

 

 

2.

넌 나에게 산 첩첩 골 깊은 사람인가

골 푸른 살 메아리 진한 물 소리 같은 사람

살면서

어둠 헤치고

산골 밝은 목소리.

 

 

3.

겨울이라고 내 마음엔 흰눈 얹어 자리 잡을까

들길에 하루 종일 푸른 빛살 나르더니

풍경화

그늘을 지우며

뚝뚝 녹아 듣는 낙수.

 

 

4.

부석사 길 빙판 위를 오늘 손님 태우고 간다.

석축이며 석등 불상, 백팔계단 오르는 번뇌

발자국

가득히 채우는

무량수전 무거운 와가(瓦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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