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림 그리고 이야기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4. 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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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 서정주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경향신문>(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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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고수 (鼓手)

 

휘모리 자진모리 숨 가쁜 대목들을

각으로 휘어잡고 궁으로 다스리며

소리 길 올곧은 길로 한 평생을 달려왔네

 

절망도 두들기고 희망도 두들기며

소리를 끌어안고 저 높이 비상할 땐

우리의 소리 궁합은 영원하리라 믿었는데

 

소리판 끝이나니 관객들은 떠나가고

울리던 북소리는 둘러봐도 종적 없네

변죽만 울려대면서 살아온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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