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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 도종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다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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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편 지 - 김준현(金准鉉)
이 몸이 지금은 한 나절이 되어서
몇 근 안 되는 물소리에 저물고
이제 막 느끼는 세월, 세월에도 놀랍니다.
산색에 기대 졸다 소스라쳐 눈을 뜨면
뼈골 마디마디 드러눕는 하루하루
그 무늬 얼룩진 이마, 주름 위에 더합니다.
우리네 죽는 일이 사는 뜻과 겹쳐 뵐 때
비로소 찬연한 태양, 삶을 일러 잠 깨우고
살아서 죽 잖은 뜻이 대낮 같이 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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