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8. 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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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 도종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다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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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편 지 - 김준현(金准鉉)

 

이 몸이 지금은 한 나절이 되어서

몇 근 안 되는 물소리에 저물고

이제 막 느끼는 세월, 세월에도 놀랍니다.

 

산색에 기대 졸다 소스라쳐 눈을 뜨면

뼈골 마디마디 드러눕는 하루하루

그 무늬 얼룩진 이마, 주름 위에 더합니다.

 

우리네 죽는 일이 사는 뜻과 겹쳐 뵐 때

비로소 찬연한 태양, 삶을 일러 잠 깨우고

살아서 죽 잖은 뜻이 대낮 같이 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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