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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생 - 김광균 -
1
향료(香料)를 뿌린 듯 곱단한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먼 ― 고가선(高架線)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라빛 색지(色紙)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薔薇)
목장(牧場)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조선일보>(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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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가는 사람 /정 일 옥
벼루에 물을 부어 먹을 간다 혼을 간다
삼십여 긴 세월에 손과 옷은 먹이 돼도
뇌리 속 깊은 골짜기에 먹물 한 점 튀겼을까
해가 뜨면 같이 뜨고 별이 뜨면 같이 뜨니
어느 결에 필묵 놓고 환담이나 길게 할까
나 이제 먹물에 젖어서 후회없이 가고 있다
구름도 흘러가고 사계도 두루 돌아
주름주름 홈이 파인 황혼의 언덕에서
아직도 새벽이양 하여 먹만 갈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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