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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道峰) - 박두진 -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人跡)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청록집>(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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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지난날의/정 대 천
아득한 아버지는 우리들의 아버지는
별보고 나가셨다 논밭에 꿈을 싣고
별빛을 밟고 오시다 호미 끝을 털면서.
아들따 다섯 남매 결곡하게 크는 모습
일터서 솟구치던 숨 가쁨도 사라지고
날마다 자라는 기쁨 맛볼 때도 머잖아.
부지런 거친 손에 알뜰살뜰 모은 돈은
한 뙈기 두어 뙈기 기름진 땅 사는 재미
큰 우산 아버지 밑에 오순도순 살았다.
집안일 바깥일에 막힘없이 뜻을 펴사
우리 삶 등불 밝혀 앞길 열고 멀리 떠나
아버지 그리운 나날 꿈결에나 뵈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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