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8. 2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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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道峰) - 박두진 -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人跡)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청록집>(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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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지난날의/정 대 천

 

아득한 아버지는 우리들의 아버지는

별보고 나가셨다 논밭에 꿈을 싣고

별빛을 밟고 오시다 호미 끝을 털면서.

 

아들따 다섯 남매 결곡하게 크는 모습

일터서 솟구치던 숨 가쁨도 사라지고

날마다 자라는 기쁨 맛볼 때도 머잖아.

 

 

부지런 거친 손에 알뜰살뜰 모은 돈은

한 뙈기 두어 뙈기 기름진 땅 사는 재미

큰 우산 아버지 밑에 오순도순 살았다.

 

집안일 바깥일에 막힘없이 뜻을 펴사

우리 삶 등불 밝혀 앞길 열고 멀리 떠나

아버지 그리운 나날 꿈결에나 뵈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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