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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毒)을 차고 -김영랑-
내 가슴에 독(毒)을 찬 지 오래다.
아직 아무도 해(害)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 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디!'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디!',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魂) 건지기 위하여.
-<문장>(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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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의 미소 /정 현 대
풍우 속 천 년 세월 언제나 한결같이
자비로운 모습으로 인간사 굽어본다
미소는 속세를 깨워 하늘 문을 열게 하고.
질긴 인연의 나날 안으로 다스린 온기
솔빛 푸른 하늘 따라 동해를 바라본다
삼생을 다 비추면서 다독이는 중생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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