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8. 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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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생 - 김광균 -

1

향료(香料)를 뿌린 듯 곱단한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고가선(高架線)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라빛 색지(色紙)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薔薇)

목장(牧場)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조선일보>(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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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가는 사람 /정 일 옥



벼루에 물을 부어 먹을 간다 혼을 간다

삼십여 긴 세월에 손과 옷은 먹이 돼도

뇌리 속 깊은 골짜기에 먹물 한 점 튀겼을까


해가 뜨면 같이 뜨고 별이 뜨면 같이 뜨니

어느 결에 필묵 놓고 환담이나 길게 할까

나 이제 먹물에 젖어서 후회없이 가고 있다

 

 

구름도 흘러가고 사계도 두루 돌아

주름주름 홈이 파인 황혼의 언덕에서

아직도 새벽이양 하여 먹만 갈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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