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9. 1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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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 유 치 환 -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던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에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라.

 

들어 보라.

이 거짓의 거리에서 숨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 <동아일보(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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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봄 솔뫼 이 상 룡

 

낙동강 물 냄새도 꽃물 실어 나르는데

흐르는 강물 따라 감아 도는 그리움이

물비늘 반짝이는 햇살 아스라한 낙동강.

 

홰치는 진달래꽃 물을 쏟는 개나리꽃

강물에 실린 하늘 바람결도 설레는데

한세월 거뭇한 이끼 돌탑 하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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