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9. 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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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향 - 윤동주 -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 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세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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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 옛길에서 小鳥 이 재 호

 

장승이 꾸벅하며 금의환향 빌고 선 길

마실서 보던 꽃이 들꽃 되어 올랐다

주막 터 막 지나는데 물소리가 주모되고

 

으름· 다래 꽃이 진 길 해 그늘도 꽃 닮았다

이슬로 목추긴 새 해맑은 흥타령에

땀 젖은 시커먼 사내 제 그늘까지 헹구며

 

뱀딸기 익은 길섶 산딸기 막 영글어

새빨간 그 이야기 땡볕 찍어 씹으니

별 헤던 숱한 그 나날 눈앞에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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