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1. 17. 06:37
728x90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랭스톤 휴즈

 

아들아, 난 너에게 말하고 싶다.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다는 걸.

계단에는 못도 떨어져 있었고

가시도 있었다.

그리고 판자에는 구멍이 났지.

바닥엔 양탄자도 깔려 있지 않았다.

맨바닥이었어.

 

그러나 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라왔다.

층계참에도 도달하고

모퉁이도 돌고

때로는 전깃불도 없는 캄캄한 곳까지 올라갔지.

 

그러니 아들아, 너도 돌아서지 말아라.

계단 위에 주저앉지 말아라.

왜냐하면 넌 지금

약간 힘든 것일 뿐이니까.

너도 곧 그걸 알게 될 테니까.

지금 주저앉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얘야, 나도 아직

그 계단을 올라가고 있으니까.

난 아직도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지.

--------------------------------------------



물든 가을 박 영 식


가을이 남몰래 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반겨줄 누군가 위해 시간을 비워둔 채

일제히 물든 나무는 가등(街燈)인 양 불을 켠다.


유리알 맑은 바람 가지 끝에 걸어 놓고

팔랑팔랑 춤을 추는 현란한 잎새 전구

마지막 빛을 뿜으며 폭죽 펑펑 터뜨린다.

아픈 내 사랑만큼 깊어진 물빛 가을

억새꽃 손사래로 떠날 채비 서두르고

허공에 머문 한 생각 지느러미 흔든다.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언시와 시조 1수  (0) 2017.11.22
잠언시와 시조 1수  (0) 2017.11.21
잠언시와 시조 1수  (0) 2017.11.16
잠언시와 시조 1수  (0) 2017.11.15
잠언시와 시조 1수  (0) 2017.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