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목걸이 -제프 스완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때가 있다.
아무데도 갈 곳이 없을 때가 있다.
사람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얘기 나눌 사람조차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풀밭에 앉아
민들레 목걸이를 만든다.
어떤 민들레는 잘 되지만
어떤 건 그렇지 않다.
어떤 민들레는 너무 어리고
어떤 건 너무 늙었다.
민들레 목걸이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풀어져 버린다.
어떤 때는 그걸 다시 묶을 수 잇지만
어떤 때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아무리 잘 만들어도
민들레는 곧 시들어 버린다.
나는 이따금 풀밭으로 가서
민들레 목걸이를 만든다.
그래서 그런 사실들을
잘 알고 있다.
----------------------------
삭발 임 금 자
산간 대청마루 노(老)스님의 가위질 소리
고행길 자청하는 그런 삭발 아닙니다
시위대 분노의 고발 그 삭발도 아닙니다
자고 나면 한 주먹씩 뽑혀 나온 내 분신
견디다 견디다 못해 손들고 나온 패잔병들
그 녀석 죽이기 작전에 희생된 눈물입니다
백골이 싫어싫어 지킴이 된 몇 가닥
비오는 날 미장원에 가지 마라 간호사 말
면도로 밀어 낸 모습 내가 나 아닙니다
떠올렸던 스님 모습 그림자도 닮지 않고
나 보기가 민망해서 두건도 써 보지만
돌 지난 손녀의 눈동자 까맣게 섰습니다
그 동안 잘못 살아온 죗값이오니까
왜 하필 길동무가 그야만 합니까
갈림길 새 이정표는 다앙당 멀었나요
거울 속 나 되찾는 날 재 너머 있다기에
발다닥 부르트도록 걷고 또 걷습니다
아, 저기 보입니다 햇살, 웃고 가는 구름까지.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언시와 시조 1수 (0) | 2017.11.24 |
---|---|
잠언시와 시조 1수 (0) | 2017.11.23 |
잠언시와 시조 1수 (0) | 2017.11.21 |
잠언시와 시조 1수 (0) | 2017.11.17 |
잠언시와 시조 1수 (0) | 2017.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