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1. 2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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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목걸이 -제프 스완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때가 있다.

아무데도 갈 곳이 없을 때가 있다.

사람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얘기 나눌 사람조차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풀밭에 앉아

민들레 목걸이를 만든다.

어떤 민들레는 잘 되지만

어떤 건 그렇지 않다.

어떤 민들레는 너무 어리고

어떤 건 너무 늙었다.

민들레 목걸이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풀어져 버린다.

어떤 때는 그걸 다시 묶을 수 잇지만

어떤 때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아무리 잘 만들어도

민들레는 곧 시들어 버린다.

나는 이따금 풀밭으로 가서

민들레 목걸이를 만든다.

그래서 그런 사실들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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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 임 금 자

 

 

산간 대청마루 노()스님의 가위질 소리

고행길 자청하는 그런 삭발 아닙니다

시위대 분노의 고발 그 삭발도 아닙니다

 

자고 나면 한 주먹씩 뽑혀 나온 내 분신

견디다 견디다 못해 손들고 나온 패잔병들

그 녀석 죽이기 작전에 희생된 눈물입니다

 

백골이 싫어싫어 지킴이 된 몇 가닥

비오는 날 미장원에 가지 마라 간호사 말

면도로 밀어 낸 모습 내가 나 아닙니다

 

떠올렸던 스님 모습 그림자도 닮지 않고

나 보기가 민망해서 두건도 써 보지만

돌 지난 손녀의 눈동자 까맣게 섰습니다

 

그 동안 잘못 살아온 죗값이오니까

왜 하필 길동무가 그야만 합니까

갈림길 새 이정표는 다앙당 멀었나요

 

거울 속 나 되찾는 날 재 너머 있다기에

발다닥 부르트도록 걷고 또 걷습니다

, 저기 보입니다 햇살, 웃고 가는 구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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