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1. 2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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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정복하더라도 -고대 산스크리트 시인

 

내가 세상을 다 정복하더라도

나를 위한 도시는 오직 하나뿐.

그 도시에 나를 위한

한 채의 집이 있다.

그리고 그 집안에 나를 위한 방이 하나 있다.

그 방에 침대가 있고,

그곳에 한 여인이 잠들어 있다.

내가 있을 곳은 오직 그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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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을 접다가 박 옥 균

 

어설픈 나날을 들춰 빈 손길만 헤집어 들고

얼핏 허공에 부쳐 종이 새나 접어 날리다

이제 그 부려둔 헛시름을 훅 노을에 날리고 싶다.

 

아디서 굽이를 지다 꺼풀만 난 하늘을 잡고

한갓 비탈을 안고 덜미 굽은 세월 휘돌아

저 뒤뚱 헛디딘 날 떨치면 파득 구름만 밟혀 오려니.

 

얼마나 굽이를 지다 더께만 난 하늘 따위랴

한갓 묏등을 안고 등골 꺾인 세상 휘돌아

저 덜컥 헛디딘 땅 떨치면 파득 강물은 퉁겨 안 오리.

 

어설픈 나날을 들춰 빈 발길만 헤집어 들고

얼핏 허공에 부쳐 종이 새나 지워 날리다

이제 그 부려둔 헛시름을 훅 안개에 날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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