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1. 2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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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에 대하여 - 벨포 경

 

 

우리가 최상의 진리라고 여기는 것은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어떤 진리에도 머물지 말라.

그것을 다한 한여름밤을 지낼 천막으로 여기고

그곳에 집을 짓지 말라.

왜냐하면 그 집이 당신의 무덤이 될 테니까.

 

그 진리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할 때

그 진리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슬퍼하지 말고 오히려 감사히 여기라.

 

그것은 침구를 거두어 떠나라는

신의 속삭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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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그늘 이승은

 

골짝에 접어들수록 마음처럼 붉어진 길

눈물도 그렁그렁 꽃잎 따라 필 것 같다

고샅길 홀로된 집 한 채 숨어 우는 너도 한 채

 

복사꽃 그늘에서 삼키느니, 밭은기침

선홍의 내 아가미 반짝이며 떠돌다가

끝내는 참지 못하고 가지마다 뱉어낸 꽃

 

우리 한때 들끓었던 것 참말로 다 참말이던 것

날카롭게 모가 서는 언약의 유리 조각에

메마른 혀를 다친다, 오래고 먼 맹세의 봄

 

200726회 중앙시조대상 수상작

이승은 시집"환한적막" [동학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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