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2. 1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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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 -모리야 센얀(일본 선승, 78)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 줘.

운이 좋으면

밑둥이 샐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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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별곡 문곡 서 공 식

 

신들메 풀어 놓고 세상의 끝에 서면

달마산 오백나한 해거름 빛을 담아

소나무 가장귀 사이 금물결로 떠오르고,

 

동백꽃 숭어리에 겉 잠든 저 바다는

결 고운 마름질로 아련하게 섬을 품어

뎅그렁 범종 소리에 귀를 씻고 선에 드네.

 

저미는 속내 열어 삼배하고 참선 들면

묵정밭에 코 없는 소 잡풀 뜯다 자릴 뜨고

삼천불 참 말씀들이 꽃비 되어 내려온다.

 

    느릿한 초승달이 대웅전에 스며들고

법당 뜰 쓸던 바람 탑머리에 숨 고르면

빈자리 성긴 별꽃이 새뜻하게 꿈을 잦네.

 

밤으로 업장 터는 소쩍새 소리 따라

길찬 숲 휘휘 도는 산바람 뒤를 따라

버리고 떠나 가야할, 그래서 비워가는

 

-<신서정> 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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