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5. 1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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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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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밟기 민병도

 

 

봄바람에 뿌리가 들린 보리를 밟는다

문신처럼 드러나는 온 몸의 신발자국,

때로는 혼절의 아픔도 사랑이라 일러주며.

 

 

밟으면 꺾어지고 일으키면 누워버리는,

차마 작은 돌 하나도 밀어내지 못하지만

그 속에 물결 드높고 함성 또한 뜨거워라.

 

 

꼿꼿이 일어서서 아침해를 겨누면서

보무도 당당하게 이 땅의 슬픔을 이긴

보리밥, 민초(民草)의 힘이여! 사투리의 절개여.

 

 

정녕 무서운 힘은 창칼도 붓도 아닌

한 근()도 못 미치는 마음 안에 있는 것

날마다 속을 비우는 저 초록, 꿈을 밟는다.

 

 

 

[2004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작/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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