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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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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밟기 민병도
봄바람에 뿌리가 들린 보리를 밟는다
문신처럼 드러나는 온 몸의 신발자국,
때로는 혼절의 아픔도 사랑이라 일러주며.
밟으면 꺾어지고 일으키면 누워버리는,
차마 작은 돌 하나도 밀어내지 못하지만
그 속에 물결 드높고 함성 또한 뜨거워라.
꼿꼿이 일어서서 아침해를 겨누면서
보무도 당당하게 이 땅의 슬픔을 이긴
보리밥, 민초(民草)의 힘이여! 사투리의 절개여.
정녕 무서운 힘은 창칼도 붓도 아닌
한 근(斤)도 못 미치는 마음 안에 있는 것
날마다 속을 비우는 저 초록, 꿈을 밟는다.
[2004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작/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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