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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삼(玩花衫) 조지훈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왕피천, 가을 김미정
돌아오는 길은 되레 멀고도 낯설었다
북위 삼십 칠도, 이정표 하나 없고
피멍든 망막 너머로 구절초 곱게 지는데.
귀익은 사투리에 팔다리가 풀리면
단풍보다 곱게 와서 산통은 기다리고
한 세상 헤매던 꿈이 붉게붉게 고였다.
숨겨 온 아픔들은 뜯겨나간 은빛 비늘,
먼 바다를 풀어서 목숨마저 풀어서
물살을 차고 오르는 연어들의 옥쇄(玉碎)행렬.
건 듯 부는 바람에도 산 하나가 사라지듯
끝없이 저를 비우는 강물과 가을사이
달빛에 길 하나 건져 온몸으로 감는다.
*왕피천 : 연어가 회귀하는 하천으로는 위도 상 최남단에 있는 하천(울진군 서면)
[2004년 매일신문 시조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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