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5. 1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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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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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밖의 집 김선옥

 

 

 식구들 온기가 다 떠난 고향집에

 마당 가득 잡초가 돌담과 키 맞댄다

 길 잃은 하늬바람이 잎사귀 뒤집는다.

 

 

 신발들 자리다툼 분주하던 섬돌 위엔

 삶의 때 눌러 붙은 어머니 신발 한 짝

 한평생 부르트도록 육 남매 키워냈다.

 

 

 마루에 걸려있는 상처 난 사각거울

 칼집 낸 귀퉁이에 아버지가 웃고 있다

 결혼 초 군복차림의 반명함판 사진이다

 

 

 지금은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다

 발빠른 세월이 당신의 몸 훑지만

 거울 속 제복 입은 아버지는 시간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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