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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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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밖의 집 김선옥
식구들 온기가 다 떠난 고향집에
마당 가득 잡초가 돌담과 키 맞댄다
길 잃은 하늬바람이 잎사귀 뒤집는다.
신발들 자리다툼 분주하던 섬돌 위엔
삶의 때 눌러 붙은 어머니 신발 한 짝
한평생 부르트도록 육 남매 키워냈다.
마루에 걸려있는 상처 난 사각거울
칼집 낸 귀퉁이에 아버지가 웃고 있다
결혼 초 군복차림의 반명함판 사진이다
지금은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다
발빠른 세월이 당신의 몸 훑지만
거울 속 제복 입은 아버지는 시간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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