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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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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국 정창영
추녀 끝 풀어 헤쳐 달아맨 풍경들이
산책을 하다 말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며 새벽참부터 절터를 흔들어댄다
일 바쁜 주지스님이 잠시 출타한 사이
늙은 절은 힘에 겨워
한참을 버티다가
마침 들어온 동자승에게 대웅전을 내준다
잠 취한 동자승은 성큼, 절 문턱 내려서고
절 혼자 가을이라
발갛게 취해서
활활 타오르다가 보살님 눈치만 본다
좌르르 쏟아지는 쌀 이는 소리에
잠 깨신 부처님
빙긋이 웃으시며
빈 소매 걷고 내려와 문턱에 턱, 걸터 앉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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