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5. 23. 07:13
728x90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



수 국 정창영

 

 

추녀 끝 풀어 헤쳐 달아맨 풍경들이

산책을 하다 말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며 새벽참부터 절터를 흔들어댄다

 

 

일 바쁜 주지스님이 잠시 출타한 사이

늙은 절은 힘에 겨워

한참을 버티다가

마침 들어온 동자승에게 대웅전을 내준다

 

 

잠 취한 동자승은 성큼, 절 문턱 내려서고

절 혼자 가을이라

발갛게 취해서

활활 타오르다가 보살님 눈치만 본다

 

 

좌르르 쏟아지는 쌀 이는 소리에

잠 깨신 부처님

빙긋이 웃으시며

빈 소매 걷고 내려와 문턱에 턱, 걸터 앉으신다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2018.05.2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2018.05.24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2018.05.18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2018.05.17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0) 2018.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