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5.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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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슴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젊잖은 편 말이 없구나.

()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族屬)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鄕愁)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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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가시연꽃 김정연

 

 

문명이 뒷짐지고 돌아앉은 외진 그곳

넓디넓은 늪물 속에 까치발 딛고 서서

가시연, 저무는 빛에 파르르르 전율한다.

 

 

그리움 물고 나는 도요새는 오지 않고

가시에 찢기는 아픔 비명조차 삼켜가며

절정의 그날을 위해 숨 고르며 기다린다.

 

 

갓밝이 그 초입에서 꽃송이 툭 · 툭 터져

보랏빛 얇은 속살 한겹한겹 드러내며

남몰래 품었던 하늘 되돌리고 서있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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