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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애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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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송 진 환
말없이 흘러가도
안으로 쌓인 세월의 깊이
응어리 왜 없었겠나만
모래톱에 묻어두고
보아라
가슴 그 안쪽
또다른 강이 되었다
햇살 더 눈부신 날
물빛 곱게 담아내면
굽이 돌아 서럽던
눈물마저 갈앉는다
이런날
강 기슭으로
갈대꽃이 피었다
물소리로 길을 열어
달려온 역사 앞에
미움도 사랑으로
달빛되어 내린다
어디서 풀잎 서걱이는 소리
내일을 여는 몸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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