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5. 3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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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골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 24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원촌리 겨울 -이육사 생가에서/정경화

 

 

한 시대의 회상처럼 원촌리 겨울이 오면

탱자 숲 언 가시도 기다림에 지쳐 눕고

철 잃은 어린 동박새 귀소(歸巢)하는 빈 하늘.

 

 

마른 살 스스로 발라 푸른 재 흩뿌리고

뼈마디 꺾어꺾어 광야에서 보낸 생애,

가두고 물길 돌려도 긋지 않던 그 혼불.

 

 

터지고 갈라진 틈에 생명의 풀씨는 자라

바람 시린 능선따라 오색 깃발 세워 놓고

청포도 그리운 날들을 알알이 물고 있다.

 

 

정녕 봄이 다시 오지 않아도 좋다.

덜 녹은 잔설 위로 서리 깊게 내려앉아

나목들 초록 깊은 넋, 그 넋으로 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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