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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골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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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촌리 겨울 -이육사 생가에서/정경화
한 시대의 회상처럼 원촌리 겨울이 오면
탱자 숲 언 가시도 기다림에 지쳐 눕고
철 잃은 어린 동박새 귀소(歸巢)하는 빈 하늘.
마른 살 스스로 발라 푸른 재 흩뿌리고
뼈마디 꺾어꺾어 광야에서 보낸 생애,
가두고 물길 돌려도 긋지 않던 그 혼불.
터지고 갈라진 틈에 생명의 풀씨는 자라
바람 시린 능선따라 오색 깃발 세워 놓고
청포도 그리운 날들을 알알이 물고 있다.
정녕 봄이 다시 오지 않아도 좋다.
덜 녹은 잔설 위로 서리 깊게 내려앉아
나목들 초록 깊은 넋, 그 넋으로 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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