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6. 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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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香氣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生氣가 뛰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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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여행

 

한재인(매일신문)

 

숨가쁜 골짜기도 허허벌판 돌밭도

냇물은 희희낙락 자질 않는 처세술에

한겨울 굳은 표정 가슴에도 노랠 품고

 

이 물 저 물 어우러진 물의 숲 속 돛배 한 척

순풍에 닻 내리고 나침눈에 매달림은

한바다 갈 길 태고서 어스름마저 꿰뚫는가

 

가을바람 경작한 새털구름 채마밭에

풍향 잊은 새 몇 마리 고즈넉이 선회한다

한세상 고뇌의 텃밭 잡초떨기 쪼으면서

 

들숨에 달빛 머금고 날숨에 어둠 토하며

파도뿌리 깨물고는 살 부비는 조가비 되어

한밤중 자맥질하며 샛별 따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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