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살다보니 (= 늙어 본 자의 푸념)

임기종 2021. 11. 20.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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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 늙어 본 자의 푸념)

 

60이 넘어지니 학벌도 별거 없데

배운 놈 안배운 놈 사는 지혜 비슷하니

아는 척 하지 말게나 욕먹기 십상이네.

 

70을 넘어서면 마누라 눈 밖이네

있으나 없으나 관심조차 없으니

젊을 때 쌓인 공덕이 이제서야 보이네,

 

80이 되고나니 돈이 전부 아니데

있는 놈 없는 놈이 거기서 거기이고

수의에 주머니 없단 걸 알고나니 허무해.

 

90이 되고나면 어디에 있든 같아

산에 있는 놈이나 집에 있는 놈이나

살아도 산 것같지 않네 있으나 마나하니,

 

백살이 넘어서면 없는 것이 더 나아

죽은 놈이 산 놈보다 나은 때가 된 게야

이 나이 먹을 때까지 숨 쉬려 하지 말게,

 

이빨이 성성할 때 맛난 것 많이 먹고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걸어 다니고

베풀 수 있는 때가 되면 아끼지 말으시게.

 

즐길 수 있을 때에 마음껏 즐기시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하세

이것이 인생후반에 우리가 할 일이네.

 

지난날 생각 말고 내일 있다 믿지 말게

숨 쉬는 오늘하루 내게 제일 젊은 지금

허투루 보내지 말고 순간순간 느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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