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철학우화 7

임기종 2014. 6. 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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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피카소의 그림 한 점이 백만달러에 팔렸다. 그림을 산 귀부인은 그것이 진짜 진품인지를 감정받기 위해 한 미술평론가를 찾아갔다.   미술평론가가 말했다.

  <이 작품은 진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내가 현장에 있었으니까요>

  그는 피카소의 친구였던 것이다.

  <피카소가 이 그림을 그릴 때 내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진품이라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귀부인은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피카소를 직접 찾아가 말했다.

  <나는 이미 이 그림을 샀기 때문에 모조품이라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정말로 이것이 진품인지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피카소는 그 그림을 보더니 이상한 대답을 했다. 그 미술평론가도, 그와 동거했던 애인도 그곳에 있었는데 그는 그 그림이 진품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피카소의 애인이 말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당신은 이 그림을 그렸어요. 뿐만 아니라 이 평론가 선생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것이 진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피카소는 말했다.

  <내가 그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명백한 것이오. 하지만 그것은 진품이 아니오. 나는 과거에도 그와 똑같은 그림을 그린 적이 있소. 달리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똑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렸던 것이오. 진품은 지금 파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소. 가서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이것은 사본에 불과하오. 누가 이 사본을 그렸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소. 설사 내 자신이 그 사본을 그렸다 해서 사본이 진품이 되지는 않는 것이오. 나에겐 첫번째 그림만이 진품이었소. 왜냐하면 그것은 내 존재의 침묵으로부터 탄생된 것이기 때문이오. 그 그림을  그릴 때 나는 무아의 경지여서 내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소. 그러나 이 그림을 그릴 때는 그렇지 않았소. 이것은 마음의 산물이지만 첫번째의 그림은 마음을 초월한 곳에서 탄생하였던 것이오>

  그대의 침묵에서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아름다움과 진실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사본에 불과하다. 무지한 자들에게 그것이 아무리 아름답게 보일지라도 그것은 창조적인 작업이라고 불리워 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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