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이 영 도 時 調 硏 究

임기종 2014. 6. 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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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도 時 調 硏 究

A Study on the Shijo written by Lee Young Do

韓國敎員大學校 大學院

國語敎育學科 初等國語敎育專攻

申 賢 畢

19972

 

論 文 要 約

이영도 時調 硏究

申 賢 畢

 

본 연구는 이영도 시조의 율격 구조와 형태적 특징, 이미지, 이상향에 대해 살펴 본 것이다.

이연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I장에서는 연구목적을 밝히고 이제까지의 연구사를 검토하여,연구 방법과 자료를 제시하였다.

II장에서는 이영도 시조의 율격 구조와 형태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영도 시조는 대부분 기본 율격을 갖추었으며, 음수율을 신축성 있게 활용했다. 그는 율격을 다양화해 한 음보를 3내지 4음절로 고정시키는 통념에서 벗어나 1음절에서 9음절까지 다양하게 나타냈다. 특히 후기로갈수록 종장 제 2음보의 음절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종장 제 1음보의 불변하는 3음절의 엄격성에 대한 보충이라할 수 있다. 따라서 긴장 다음의 이완, 압축 다음의 확장으로 인하여 시조의 형식적 율동미가 활력을 얻게 된다.

율격의 형태적 특징은 연.행의 다양한 배열로 시각적 조형미와 긴장미를 표출함으로써 평시조가 갖는 보수적인 리듬에 변화를 주는데 있다. 초기에는 장구분식 3행 표기와 전통율격의 다양화를 모색해 본 6행식 표기를 하다가 중기부터 후기까지는 7행식 표기로 시각적 조형미와 긴장미를 표출했다. 특히 <아지랑이>에서는 12행식 표기로 시각적 이미지에 따른 행.연의 배열로 자유시 이상의 형식적 自在性을 보였다.

III장에서는 이영도 시조 시어를 프라이의 이미지 패턴별로 추출하여 분석함으로써 어떤 세계에 관심이 있는지 살펴보고, 또 시어의 빈도수를 조사해 보았다.

이영도 시조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면 유추 이미지가 가장 많고, 유추적 이미지 중에서 경험유추에 가장 관심이 많다. 후기 시조집으로 갈수록 신화세계에 관심을 보인 것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의 자세를 보여준다.

분야별로 비교해 보면 이영도는 경험유추에 가장 관심이 많은데, 이것은 그의 사고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에 경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그의 이미지 세계의 관심도는 물질계. 인간계. 식물계. 동물계. 신계의 순서로 나타나 시적 관심이 물질계와 인간과의 관계인식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연 이미지와 문명이미지를 대비해 보면 자연에 관심이 많다.

다음으로 이영도 시조집별 이미지 빈도수를 산출한 결과 이영도의 시적 관심이 자연과 인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빈도수가 많은 '하늘'''시어는 이데아의 표상으로서 비유로 파악되는 자연이다. 한편 '가슴', '당신' ''의 이미지는 본능의 세계를 강하게 암시해 이영도의 시세계는 인간의 본능에서 발원하는 정서를 표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IV장에서는 이영도 시조의 이상향 추구와 그 변이를 살펴 보았다.

이영도 시조는 하늘과 꽃의 생명력을 통해 낙원을 추구한다. 상승적인 하늘은 지상의 삶을 초월하는 세계로 인식되어 신성, 동경, 그리움의 세계를 상징한다. 반면에 하향적인 하늘은 지상적이고 비극적이다. 한편 꽃은 대지의 품에서 자라난 생명의 정수로 개화나 부드러움 열기 붉음 등을 표상하여 생명력을 상징한다.

그의 시세계의 변이를 살펴보면, 초기 시조집 청저집'먼 하늘'은 현실에서 금지된 꿈꾸는 세계로, 실현 불가능의 세계를 암시하는 체념의 하늘이다. 그래서 이 하늘은 중기 석류로 오면서 슬픔이 투영된 '통한의 하늘'로 변이된다. 그리고 유고집인 언약에서는 '빈하늘','구원의 하늘', '종교에 합일하지 못한 하늘'로 형상화 된다.

또한 낙화는 이영도의 꽃피울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좌절의 아픔을 표출하는 소멸, 절망, 죽음의 이미지다. 그러나 낙화는 낙엽의 상징성보다는 '무릉'을 꿈꾼다. '무릉''고향'으로 전이되다가 다시 '조국'으로 전향된다.

V장에서는 앞에서의 논의를 요약하여 결론으로 맺었다.

율격의 다양성과 연.행의 다양한 배열로 현대 시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이영도의 시조의 이미지와 그 이상세계 및 변이과정 고찰이 본연구의 주된 작업이었다. 이영도 시조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는다.

 

본 논문은 19972월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위원회에 제출된 교육학석사학위 논문임.

 

. 序 論

 

1. 硏究目的

 

論文은 이영도 시조의 율격 구조와 그 이미지에 硏究目的으로 한다.

丁芸 이영도는 서구적인 것이 홍수처럼 밀려 온 해방 이후 현대 시조의 모색기에, 민족 정서를 바탕으로 잊혀져가는 고유 가락을 시조에서 재구현한 여류 시조 시인이다. 그는 1945년 대구의 범시단적 성격을 띤 동인지 竹筍에 시조 <除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해, 압축된 시상으로 서정을 노래함으로써 시조의 현대화에 일익을 담당했다. 또한 30여년에 걸친 활발한 문학 활동으로 시조의 격을 높이고, 쇠잔해 가는 시조 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전통적 현대 여류 시조 시인으로 우뚝 선 그를 가리켜, 노산은 '우리 시대의 두드러진 여류 시조 작가로 시인이 도달해야 할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리 매김 하였고, 김동준은 "고시조에 황진이가 있다면 현대 시조에 이영도가 있으며 이영도는 시조시를 바로 보고 그것의 眞諦를 터득하고 있으며 한국 전래의 고전적 정서와 단시조의 妙諦를 알고 있다."고 하였다. 또 박옥금은 이영도는 현대 시조의 音階를 한 옥타브 높인 분이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문학사적 위치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영도 시조를 총체적으로 검토한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그의 문학사적 위치 또한 정립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것은 다음 몇 가지 원인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시조는 사대부 계층 의식의 반영물로, 시조라는 양식은 오늘날 그 존재 의의를 상실했다고 보는 점 문학적 특성이나 시조의 본질론에 대한 인식력이 부족했다는 점 형식과 내용을 유기적으로 파악하는 인식력이 부족해 분석 장치의 탐색에 소홀함으로써 야기된 방법론적 취약성 한국 여성시는 안일 일변도의 애조에 안주해 있으므로 역사의식이나 현실 의식, 치열한 체험적 시정신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하의 시선 전문적인 시조 평론가들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 등이다.

이에 본 연구는 기존의 연구 성과를 수용하면서 이영도 시조의 율격과 이미지 유형을 분석해 보고, '하늘'시어와 ''시어를 중심으로 그의 시세계를 탐구해 보는데 목적을 둔다.

 

2. 硏究史 槪觀

 

이영도 시조에 대한 논의는 1950년대부터 찾아볼 수 있다. 李秉岐는 이영도 시조집靑苧集에 실린 4편의 시조를 뽑아 평하며, "주옥같은 작품을 발표하여 시조 시단에 이채를 띠우는 여류 시조시인"이라 하였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이영도 시조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었는데, 이영도 시조의 가치를 "고시조에 황진이가 있다면 현대시조에 이영도가 있으며 이영도는 時調詩를 바로 보고 그것의 眞諦를 터득하고 있으며 한국 전래의 고전적 정서와 단시조의 妙諦를 알고 있다."라 하였다. 197636일 이영도가 뇌일혈로 사망하자 각 문학지의 추모 특집과 함께 그의 문학 세계가 재조명되었다. 정완영은 '이영도는 情恨의 시인으로, 그의 오라버니 이호우가 절벽처럼 버티어선 拒否의 시인이었다면 그는 寒香 속에 젖어 있는 시인이라며, 깎아 논 生栗처럼 야무진가 하면 5월 모란 밭을 만난 듯 香薰心域을 가졌다.'고 하며 "이영도는 돌아올 길 없는 꿈을 기다려 언제나 지쳐 있는 哀想詩人"이라고 했다. 이근배는 丁芸은 이 땅의 문학사가 있는 한 그가 창작한 시에 대한 평가에 의해 크게 기록되어야 할 중요한 시인으로, 그의 시의 특질은 整齊美와 시의 溫度에 있다고 하며, 2 시조집 石榴에 수록된 <황혼에 서서>는 그 호흡과 시심의 열도가 靑馬에 비교되는 絶唱이고 <아지랑이>는 현대시조의 한계에 올랐다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평했다. 또 박을수는 이영도는 "초기에는 여성 특유의 맑고 경건한 啓示主義와 한국적 전래의 기다림, 연연한 낭만등 가락과 思惟世界에서 정결하고 섬세한 감각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고, 후기에 가서는 求道的인 면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 같은 인정적인 현실적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이영도의 시조의 문학적 특성을 전후기로 나누어 고찰하였다.

80년대에 들어와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우종은 "이영도의 시조는 여과 작업이 부족하여 강한 감정의 노출이 많고, 직유법의 과잉이나 무리한 詩語의 점철 등이 많다"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평했다. 특히 80년대 후반에는 이영도 시조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가 보이는데, 정영자는 이영도 시조의 이미지는 정신적인 이미지와 상징적 이미지가 대부분이라고 전제하면서 특히 상상력인 환상에 관계되는 이미지들이 상승 무드와 하강 무드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이영도 시조집 石榴를 분석해, 이영도 시조에 나타난 여성 의식의 맥락을 살펴본 논문이 있는데 전체적인 조감과 깊이 있는 천착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이영도 타계 4주기를 맞아 추모 음악회로 신진 작가 "李重華 작곡 발표회"가 있었다. 이때, 이영도의 시조 <歸巢>, <외따로 열고>, <木蓮花>, <無題I>. <황혼에 서서>, <靑盲> 등의 작품이 작곡 발표되었다.

90년대에 들어와서 석사 학위 논문 1편과 박사학위 논문이 보인다. 고인자는 이영도 시조집을 통해 이영도의 삶을 살펴보고, 시조집의 서지적 접근으로 시조의 개작 과정을 알아보았다. 또 시조의 출현 빈도수가 많은 자연시어를 공간시어와 시간시어로 나누어 이영도의 의식세계를 조명하였다. 그러나 전기적 사실에 치우쳐 작품 세계의 심도있는 분석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다음으로 이영도 시조의 공간 연구가 보이는데 오승희는 현대 시조 부흥의 기수인 이병기, 이은상, 조주현과 시조 중흥의 주역인 김상옥, 이영도, 리태극의 시조를 공간시학의 이론을 빌어 분석하면서, 이영도 시조는 상승과 열림, 하강과 닫힘의 공간과 절대 이상의 조국과 그리움의 내면공간으로 묵시적 이미지의 행복한 공간을 추구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대 시조의 공간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영도 시조의 총체적이고 심도 있는 분석에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주목할 연구로 이영도 시조의 서정성과 구조의 연구가 보인다. 93년에 이영지는 현대 시조의 서정성을 탐색해 보면서, 이영도 시조와 황진이 시조의 유사성과 상이성을 논의했다. 그는 이영도 시조는 미모와 관련된 전통적 여인의 분위기와 밀접한 선상에 있다고 하며 환상의 문학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시조는 2중구조로 되어 있는데, 하나는 황진이 시조와 유사성을 지니는 것이고 하나는 그의 시조를 신비의 세계로 끌어올리는데 있다고 하였다. 특히 이영도의 시조는 자연적인 삶의 신비와 시조적인 신비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다며 "내밀언어를 통해 물질 언어로 승화시킨 그의 시조는 사랑과 이별과 승화의 삼장육구적인 곡선을 그리며 있다"고 심도 있는 분석을 했다. 지금까지 선행연구를 검토하였는데, 그 동안의 이영도 시조에 대한 논의로는 단평과 공간 연구, 개작과정, 황진이 시조와의 유사성 등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영도 시조의 총체적이고도 깊이 있는 천착에는 이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이영도 시조에 대한 논의를 참고로 한, 분석의 새로운 지평에서의 연구가 요청되고 있는 상태이다.

 

3. 硏究 方法

 

본 연구는 이영도의 시조집靑苧集에 실린 작품 60편과 石榴에 실린 90, 유고집言約에 실린 49편을 자료로 한다. 그런데,石榴에는靑苧集에 수록된 작품 35편이 중복 게재되어, 그 중 2편은靑苧集의 작품과 제목, 내용, 형식이 동일하고 21편은 형식만 바뀌었으며, 나머지 9편은 개작으로 형식과 내용이 바뀌었다. 따라서 石榴에 수록된 90편 중靑苧集과 중복 수록된 35편을 제외한 총 164편이 분석 대상이다.

이 논문은 이영도 시조의 율격과 이미지가 표상하는 세계 및 그 변이과정을 알아보고자 다음 몇 가지 방법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첫째, 서지적 입장에서 창작 시기를 다음의 세 단계로 구분하려고 한다. 명확한 분류 기준이 없이 3기로 나눈다는 것은 기계론적 합리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지만, 3권의 작품집 각각의 율격과 이미지, 시세계를 비교해 보고 그 변모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의의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1) 초기 1945- 1954靑苧集

(2) 중기 1955- 1968石榴

(3) 후기 1969- 1976言約

둘째, 작품 구조 분석에 있어서는 이영도 시조의 율격과 더불어 형식적인 변모 양상을 밝히고, 이것이 어떤 양상으로 작품 내용과 관련되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율격이란, 한 언어사회가 그들 言衆의 심미적 공감에 의해 공유하던 율동형이 양식화됨으로써 이루어진 관습적 산물인만큼 우리 민족 의식 심층에 자연스러움의 원형으로 남아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에 전통시인인 이영도 시조의 미학적 가치를 해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셋째, 현대 여류시조시인을 대표할 수 있는 이영도의 시조를 이미지 유형별로 분류해보고, 노드롭 프라이가 제기한 神界.人間界. 動物界. 植物界. 物質界의 다섯 영역 중 어떤 세계에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영도 시조의 전체적 조망 및 분야별 비교를 해 보고자 한다. 넷째, 핵심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는 '하늘', ''의 상징성과 그 의미 변화의 양상을 고찰함으로써 이영도의 시세계와 그 변이 과정을 구명하고자 한다. '하늘', '' 시어는 그의 초기시로부터 후기시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요 모티프로, 이영도 시세계의 변이와 특성 구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조는 한국 문학에 있어서 전통적 양식인 정형시로, 우리 문학사에 나타난 시기는 高麗末경이라고 보는 것이 현재까지의 통설이다. 시조가 고려말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700여년 동안 계승 발전되어 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 시조 작품 속에 문학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요소는 바로 시인의 상상력의 원형이 동시에 독자에게도 존재함으로써 가능한 것으로 가장 전통적인 의식의 원형은 결국 개인의 상상력에서 발견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시조는 36구의 율격미를 기본구조로 삼고 있어 리듬이 중요시 된다. 그래서인지 시조에 있어서의 이미지 연구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때, 2차 대전 후의 정신적 황폐와 형식주의의 무미건조한 양상, 신이 사라진 과학 시대의 부조리와 공허감, 이런 현상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정신의 중요성, 인류 공동체 의식, 원초적 인간의 의식을 강조한 신화 비평을 원용한 이미지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II. 율격 구조와 형태적 특징

 

구조란 文學的 全體의 각 부분이 상호 관련으로 이루는 총체로서 전체를 이루는 체계, 즉 내용과 형식의 兩者를 다 포함한 개념이다. 구조의 개념상 형식과 내용은 유기적 결합체로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구조의 하위 분류에 있어서는 내용과 형식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본고에서는 이영도 시조의 외형적인 모습인 음수율. 음보율 등을 통해 드러나는 율격구조와 형태적인 면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1. 율격 구조

 

시조를 설명할 때 '三章', '四步格', '.四音節'이라는 세 가지가 그 특징으로 일컬어진다. 그런데 이 세가지의 특징 가운데서 三章이라는 形態的 특성을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는 시조의 설명으로 부적합하다. .四音節이 되는 것은 시조뿐만 아니라 일반 산문에도 나타나고 있고, 四步格 역시 고려가요의 일부, 가사, 구전민요, 창가 등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조동일은 시조의 형성과 함게 율격을 고찰하면서 시조를 광의의 시조, 협의의 시조로 나누어 고찰한 바 있다. 광의의 시조란 음보 첨가와 음보 결합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4음보격 3행 시형을 말하고, 협의의 시조란 음보 첨가와 음보 변형이 일어나서 종장의 제 1음보는 기준 음절수 미만이고, 종장의 제 2음보는 기준 음절수 초과인 4음보격 3행시형이라 분류하였다. 그가 이를 토대로 정리한 평시조(단시조)의 기본율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3행이다

2음보가 반행 또는 반줄을 이루고 반줄이 둘씩 연결되어 있는 4음보격이다.

기준 음절수는 4음절이다.

3(종장)의 제 1음보는 기준 음절수 미만이고, 2음보는 기준 음절수 초과이다.

 

그러면 위에서 살핀 시조의 율격이론을 토대로, 이영도 시조의 율격을 살펴보기로 한다.

. 靑苧集,石榴,言約의 율격

 

이영도 시조의 율격은 시조의 전통적 기본구조를 가진다. 그는 우리 민족의 생리적 리듬과 호흡 그리고 사고방식과 미의식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형식인, 3612音步의 율격을 갖춘 定型詩의 틀을 살려 투철한 장인 의식으로 시조를 창작했다. 또한 그는 흥으로 읽는 시조의 한계성을 벗어나, 시조의 형식을 최대한 살린 정제된 시형으로 현대적 감각에 맞는 표현을 했다.

일반적으로 시가의 형식적 특성을 규정 지워 주는 것으로 음률. 율격. 운율. 압운 등을 들 수 있는데, 특히 음률과 율격은 시조의 형식적 규정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음률(리듬)이란 서로 다른 소리의 요소들이 시간상의 순서에 따라 재현하는 흐름이나 운동으로서, 春夏秋冬이나 生老病死와 같은 자연계의 리듬과 유사하다. 따라서 음률(리듬)은 언어 현상에 따라 가변성을 지니지만 율격이란 소리의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양식이기 때문에 불변성을 갖게 된다. 이렇듯 양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 차이점이 있으면서도 다 같이 시조 운율 체계의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시조의 율격은 우리의 호흡과 생체 리듬에 의한 4음보격으로 체계화되어 있으며 각 음보의 리듬은 국어의 특질, 즉 접미사나 어미 활용이 발달한 부착어로서 4음절을 기준으로 하지만 많은 변화를 보인다. 한 때, 한국시가의 율격을 음위율, 음성율, 음수율로 3분하여 음위율을 압운 구현의 양상으로 본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본질적으로 상이한 운과 율을 같은 기준 위에 놓고 구분한 오류였으며 음성률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음수율에 의한 시조 율격의 규명은 오랜 학문적 전통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형시로서의 시조 운율체계를 해명하는데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 성기옥은 음보율에 의한 우리시가의 율격체계는 1장이 4음보로 된 율격시임을 밝히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율격은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민족이 우리말의 언어미에 대하여 수행해 온 지속적인 통찰의 결과로 언어의 어떤 현상이 숫자적으로 엄격히 규칙화된 것을 말한다. 따라서 모든 시가의 율격은 음절에 기초를 두고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살핀 율격이론을 토대로, 이영도 시조의 음보내 음수율을 분석해 본 결과는 각각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1)靑苧集의 음보내 음수율

靑苧集에 실린 작품 60편 중 단수 29편과 2수 이상의 작품 31편을 대상으로, 음보내 음수율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위의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영도 시조 음수율의 최빈치는 3음절 또는 4음절로서 기본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靑苧集에서 위의 통계 수치만 놓고 보면 이영도 시조는 대부분 전통적인 기본 율격을 갖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위의 음수율 분석은 음보 하나 하나에 대한 音數 분석일 뿐, 이영도 시조 각각에 대한 음수율은 알기 어렵다. 실제로 전통적인 시조의 기본 율격< 3.4.3(4).4 / 3.4.3(4).4 / 3.5.4.3 >에 부합되는 작품은靑苧集에 실린 5(3%)에 불과해, 기준형에 맞는 시조는 전체시조의 4%정도에 해당한다는 수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로 미루어 이영도는 음수율에 구속당하지 않고 시조의 틀 속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시조를 창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石榴의 음보내 음수율

이영도 제 2시조집石榴의 단수 39편과 2수 이상의 작품 15편을 대상으로 음보내 음수율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영도 제 2 시조집 石榴의 음수율을 분석해보면, 가장 많이 쓴 음수율이 < 3.4.3.4 / 3.4.3.4 / 3.5.4.3 >으로 전통적인 기본 율격에 부합된다. 그러나 이것은 음보 하나하나에 대한 音數분석일 뿐, 石榴에서 시조의 기본율격에 부합되는 작품은 1편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시조의 一般型이라는 것이 시조작품에 나타난 音節數의 표준값을 낸 것이지 엄밀한 의미의 정형성을 말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3)言約의 음보내 음수율

이영도의 유고집言約49편중 단수 24편과 2수 이상의 작품 25편을 대상으로 음수율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위의 표에 나타난 것처럼 이영도 시조 음수율의 최빈치는 3음절 또는 4음절로서 기본율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음보를 성립시킬 수 있는 최소단위인 1음절로된 음보에서부터, 두 음보로 나누어질 수 있는 8음절 9음절로 된 음보까지 다양하게 썼다. 그런데 言約에 실린 <II>의 중장 첫음보와 <아가야 너는 보는가>의 둘째수 중장 4음보는 아예 비어 있어 3612음보인 정형시의 틀에 맞지 않는다. 이는 유고집으로 인한 오기로 추정된다.

한편, 그의 시조는 후기로 갈수록 전통적인 시조 율격의 파격 현상을 보여,言約에서의 음수율 통계는 < 3.5.3.4 / 3.4.4.4 / 3.5.4.4 >로 나타나 각 句末을 한 자 증대시킨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의미의 중점이 구말에 놓임으로써 意味부하의 중량감이 후반부로 치중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처럼그가 음수율적 관점에서의 기준율격에 집착하지 않은 것은, 현대 시조의 방향을 자유로운 문학정신의 구현에서 찾아나가려한 노력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대 시조작가들을 음수율에 구속시키는 결과를 낳은 음수율적 연구는 李光洙, 李秉岐, 趙潤濟, 金思燁 등이 주도해 나갔는데, 이들 연구는 음절적 정형성을 갖지 않는 시조. 가사로부터 굳이 음절적 정형성을 찾아내려는 모순 속에서 출발하였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도출한 결과가 통계적 방법에 의해 자수적 형태를 확정시키고자 했던 '기준형'의 설정이다. 그러나 '기준형'이 갖는 통계적 허구성은 널리 후학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어 이영도의 시조 형식에 대한 앞선 의식을 뒷받침 해 준다.

 

. 율격의 다양성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이영도 시조는 형식에 있어서 자유시 못지않은 형식적 자유로움을 보여주어 후기로 올수록 종장 제 2 음보의 음절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종장 제 1음보의 불변하는 3음절의 엄격성에 대한 강한 보충이라 할 수 있는데, 긴장 다음의 이완, 압축 다음의 확장으로 시조의 형식적 율동미가 활력을 얻게 되는, 각 음보의 독자적 성격 부여라 할 수 있다.

 

그자락

같이 여시고, 이 밤

너울 너울 아지랭이 - <달무리> 종장

 

푸르게

눈매를 태우며, 너희

지켜 선 하얀 天啓 - <天啓> 종장

 

이 한밤

시린 이마 짚으시며

약손인 듯 오시네 - <雪夜> 1수 종장

 

가난은

오직 엄마 아빠만의 것

, 멀고 귀한 목숨이여. - <營爲 3> 종장

 

이영도 시조에서는 위의 예문처럼 음량 지속감이 음보 단위를 초과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에서 까지 제 2음보는 각각 8음절에서 9음절에 걸쳐 한 음보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시조 종장의 제 2음보가 지닌 양식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하나의 음보로 처리할 수 없는 특수한 율격적 환경 아래 놓여 있다. 의 제 2음보 '시린 이마 짚으시며''시린 이마 / 짚으시며'처럼 42보격으로 율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종장이 5음보가 되어 시조의 형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시조에 대한 율격적 기대는 4음보를 한 행으로 읽을 것을 요구해, 종장의 경우는 첫음보를 3음절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읽게 된다. 이어서 종장의 둘째 음보에서 8음절이든 9음절이든 한 음보로 읽게 되는데, 종장 둘째 음보가 갖는 過音步의 한계 내, 5모라(mora)의 등장성을 맞추려고 급박하게 읽게 된다.

이처럼 이영도 시조에는 음량지속감이 음보 단위를 초과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사실 한국 시가 구조체계에서 음보형성의 기저자질로서 음보의 구조화 가능성은, 이론상 1모라의 음량으로 구성된 1음격 음보에서 n모라로 구성된 n음격 음보에 이르기까지 그 수에 있어서 무한한 범위에 걸쳐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2음격에서 5음격까지만 음보양식으로 설정이 가능할 뿐, 6음격에서 9음격까지는 특정 환경에서만 그 존립이 가능하다.시조에서 음량지속감이 음보 단위를 초과하면, 구조적 안정성의 정도나 음보단위의 응집력이 약하고 자연스런 율조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이 시조의 종장이라는 특수한 율격적 환경으로부터 벗어나면, 곧 두 음보로 분할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단독으로 자립할 응집력이 그만큼 미약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시조는 율독의 다양성을 위한 표기로 율독할 때에는 음보 단위가 기초 단위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겠다.

 

2. 형태적 구조

 

이영도 시조는 행 구분의 의도적 장치를 통해, 단조롭지 않은 율동감 조성과 작품적 의미 표출에 성공하고 있다. , 평시조의 363행시의 형식에 형태적 변화를 시도해 시각적 이미지를 실험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시조의 형태는 엇시조 사설시조를 거치면서 변화를 거듭해 왔는데, 육당과 춘원이 주도한 시조 부흥 운동은 한국인의 正體 확인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노산과 가람이 시도한 형태와 기법의 현대적 변용은 시조의 현대화란 새 地平을 열었다. 이어 이호우, 김상옥 등을 정점으로 하여 형태와 기법은 일층 세련되어, 시조에 高度의 은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의 기법까지 도입되었다. 여기에 이영도는 여류 시조시인으로서 時調文學史上 注目할만한 位置로 떠오른다. 그는 시조 형태의 다양한 실험으로 평시조를 계승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는데, 평시조가 갖는 보수적이고 고정적인 리듬을 과감히 탈피하는 것은 평시조의 계승발전을 의미한다며 홍문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기본적인 평시조 형태의 변화에 대한 논의를 보면 대개는 귀족 중심에서 평민중심으로, 즉 서민의식이나 민중의식의 표출이라든가 생활의 확대라는 것들로 요약되고 있다. 특히 고대 시조에 있어서 평시조가 사설시조로 변한 것을 영정시대의 실사구시나 평민의식의 대두라는 이유로 설명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다면 영정시대에서 이미 수세기를 지난 오늘에 있어서는 평시조의 형태는 물론, 사설시조보다도 훨씬 형식이 파괴된 시조가 되어야 하겠는데도, 오늘의 현대시조가 사설시조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평시조의 기본 틀인 36구 총 45자라는 원칙을 고수하되 행이나, 연이나, 구나 글자의 배열을 다양화하여 시각적 이미지나 정서적 이미지를 새롭게 함으로써 평시조가 갖는 보수적이고 고정적인 리듬을 과감히 탈피하는데 그 특징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는 사설시조의 계승 발전이 아니라, 평시조의 계승 발전이라는데 현대 시조의 현주소가 있다는 말이다.

 

이영도 시조는 행. 연의 배열로 시각적 공간미를 창출하였는데, 이는 인쇄매체의 대중화로 시각적 공간미를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 행과 연이 일정한 율격규칙에 의해 결정되는 전통적 개념으로부터 이제는 시 자체가 자아내는 자연발화의 율동 내지 정서적 질량, 또는 시각적 공간미에 따라 행과 연이 결정되는 새로운 개념으로 변모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이영도는 행. 연 구분의 엄격한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표현미학에 따라 개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표현장치로 행. 연의 구분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표현은 이영지의 시조에 와서 "평시조의 형식을 아예 기하학적 도형으로까지 변형 실험하고 있다"로 발전된다.

이영도 시조의 다양한 표기는 현대시조가 발전하면서 시조에 대한 인식과 창작의식이 고조됨에 따라 기사법상 의미, 호흡, 율격, 심상, 강조 등의 단위에 따른 표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은 선상에 놓인다. 따라서 그의 시조의 표기형식에서 시조가 정형시로서 형식상의 구속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표현에 있어 표기 형식까지를 제약하는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이영도 시조의 표기 형식(분행 양상)]

 

위의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초기 시조집靑苧集에서는 3행식 표기와 6행식 표기를 했는데, 대체로 작품이 2수 이상인 경우에는 3행식 표기를 했고, 단수일 때는 6행식 표기를 했다. 그러다가 중기 시조집石榴에 와 서는 주로 3행식 표기와 7행식 표기를 했는데, 특기할 일은 12행식 표기가 1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후기 시조집인言約에서는 1수를 제외한 88수 모두를 7행으로 표기했다.

이러한 결과로 초기에는 장구분식 표기라 할 수 있는 3행식 표기를 하다가 이 전통식 표기를 다양화 해서 6행식 표기를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6행 중 종장 첫음보를 독립시켜 7행식 표기로 발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장 구분식 표기

 

앞에서 조사한 바와 같이 초기 시조집靑苧集에 수록된 시조110, 88(80%)가 초..종장을 각각 1행으로 하여 전체를 3행으로 나타낸 章別 배행의 형태다. 그리고 중기 시조집인石榴7311(15%)3행 배행 형태로 나타난다.

이처럼 이영도의 초기 시조에 많이 나타나는 3행식 표기는 시조의 의미구조가 3장인데 기인하는 형식으로, 의미구조와 리듬, 형태의 유기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조 표기의 전형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은 14음보를 분절하지 않음으로써 장이 갖는 의미를 살리려 하는 표기로 장구분식 표기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일단 시행 속에 있는 음보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음보 중심적 표기라고 할 수 있다. 시조에 있어서의 장은 4음보의 결합체로, 2음보 연첩이 됨으로해서 한 장이 되고 이것은 나머지 장과의 연첩관계를 나타내는 표기 방식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조의 기사(記寫) 형식에 있어서 문헌상 가장 먼저 보이는 기사법은 배행의식이 없는 한 줄() 표기 형식으로,청구영언이나해동가요에는 초. . 종장의 사이를 약간씩 띄어 썼다. 이것이 근대 시조로 다시 창작 발표되기 시작한 1904년 이후 최남선이 3행으로 쓰기 시작하였다. 그 뒤를 따라 가람과 노산도 모두 3행식 표기를 하여 이때부터 시조는 3행으로 쓰여짐이 상례로 되었다. 따라서 그 연장선상에 이영도 시조도 놓인다고 볼 수 있다.

 

. 전통율격의 다양화

 

위의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영도는 시조의 형식을 선험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형식적 탐색을 통해, 3장 구조 내에서 36행식 표기를 하였다. 이러한 표기는 초기 시조집 靑苧集22(20%),言約1(1%) 나타난다. 그런데言約이 유고집이고, 또 진달래 3중 둘째 6행인 것을 감안하면 오식으로 추정할 수 있어靑苧集에서만 쓴 표기형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6행 형식은 11행의 배행으로 12행이 1연을 이루고 있는 형태로, 전통율격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율격시행과 작품시행을 의도적으로 일치시키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 개의 율격시행을 쪼개어 두 개의 작품시행을 만들어냄으로써, 정형율의 단조로움을 피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것은 고시조의 균제된 형식미가 개화기를 지나면서 변이과정을 거쳐 현대에 와서는 천편일률적인 장별 배행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배행됨을 의미한다. 즉 시조형식에 있어서 전승이란 고정불변의 것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담당하는 주체적인 인간의 매개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발전적인 삶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정립시켜 나가는 동적인 개념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처럼 그가 초기 시조에 주로 사용한 16행 표기는, 최남선의 <백팔번뇌> 에서 비롯된 표기 형식으로, 시조문학의 음보율을 살리는 의미에서 출발해 전통 율격을 다양화한 것이다.이것은 다시 종장 첫음보를 살린 7행식 표기로 발전한다.

 

. 시각적 조형미와 율동적 긴장미

 

이영도 시조집에 나타나는 7행식 표기는 시조의 3행식 표기를 모형으로 하여 종장 첫음보의 독립성만을 살린 형태로, 6행 중 종장 첫음보를 독립시켜 표기하는 형태다. 이러한 표기는 앞에서 조사한 바와 같이 石榴61(84%),言約88(99%)가 나타나고 있어 이영도의 시행 표기는 7행으로 귀착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종장 제 1음보를 독립된 1행으로 표기하는 것은, 시조의 음률 구성과 의미 구조상 종장 제 1음보가 중요한 기능을 감당하고 있고, 또한 감탄적 환개사가 많이 쓰여 온 데 기인한다. 따라서 그가 추구한 7행식 표기는 시조가 지니고 있는 삼장 분장의 논리성을 살린 시조만이 가지고 있는 완결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즉 초장과 중장의 시적 긴장이 종장에 이르러 최고조에 도달하여 작품의 시적 감정의 전체적인 통일을 기하는 데 바탕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의 예에서 종장을 활용한 7행식 표기로 시각적 조형미의 조성과 함께 율격시행과 작품시행 사이에 일으키는 율동적 긴장미라는 시적 효과를 얻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자락

같이 여시고, 이 밤

너울 너울 아지랭이 - <달무리> 종장

 

푸르게

눈매를 태우며, 너희

지켜 선 하얀 天啓 - <天啓> 종장

 

위에 제시한 작품 , 에서 종장은 3행으로 배열되어 있지만 율격시행은 사실 44보격 1행이다. , 그는 하나의 율격시행을 음보 단위로 나누어 세 개의 작품시행을 만든 것이다. 우리의 율격적 기대는 마지막 행에서 한 번 행말휴지가 일어나도록 4개 음보가 연속 진행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시행은 이에 제동을 걸어 첫 번째 음보와 두 번째 음보에 강제적으로 행말휴지를 두게 함으로써 이 진행의 기대를 차단한다. 따라서 이들 율격시행과 작품시행 사이에는, 율격시행의 진행하려는 힘과 작품시행의 단절시키려는 힘이 부딪치며 서로 밀고 당기는 팽팽한 긴장이 일어난다. 이영도는 이러한 행구분으로 짧은 호흡을 통해 작품의 미묘한 감정추이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해 내려는 율동적 섬세함을 보인 것이다.

또한 그는 행간걸침의 효과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 <달무리>에서 시행의 통사적 구조와 율격 사이의 불일치에서 조성되는 효과를 2행과 3행에서 노리고 있다. 통사적으로는 '학같이 여시고 / 이 밤 너울 너울 아지랑이'로 끊어져야 하나, 율격적으로는 '같이 여시고, 이 밤' 다음에 행말 휴지가 온다. 그리하여 2'학같이 여시고, 이 밤'3'너울 너울 아지랭이'사이에서 통사적으로 이어가려는 힘과 율격적으로 끊어내려는 힘이 상충하면서 율동적으로 묘한 구조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이영도는 율격과 통사의 구조적 충돌에서 얻어지는 효과를 노리는 운율적 표현의 기법을 활용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 시각적 표출과 생명력

 

이영도는 시 형식의 부단한 실험으로, 창의적인 행 배열을 함으로써 시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다시 말하면 시조의 장르적 형태는 고정적이지만 시의 뜻과 리듬과 분위기에 따라 연과 행을 적절히 활용해 시각적 조형미를 표출한 것이다. 그는 <아지랑이>에서 감각적인 시조를 시각적 이미지에 따른 表記를 함으로써, 공간을 시각화하고 있다. 즉 시의 형태가 이루어지면서 한 편의 완성된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는 시의 형태 속에는 시어, 이미지, 리듬, 표현기교 등이 모두 담겨져 있어, '시에 있어서 행과 연은 시적 효과를 위한 미적 의장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감각적 형태가 된다.' 이처럼 그는 말소리의 단위이자 말뜻의 단위인 시행을 조절함으로써 시의 미적 효과를 높였는데, 시행과 연이 시의 형태미를 결정해 주는 중요한 것임은 시의 행과 연은 리듬을 형성한다. 시의 행과 연은 의미의 단락을 표시한다. 시의 행과 연은 이미지의 움직임을 선명하게 해준다는데서도 확인된다.

 

어루만지듯

당신

숨결

이마에 다사하면

 

내 사랑은 아지랑이

春三月 아지랑이

 

장다리

노오란 텃밭에

나비

나비

나비

나비. - <아지랑이> -

 

<아지랑이>는 발표되자마자 행. 연의 효과적인 배열로 시각적 공간미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1연은 작품시행은 4행이지만 이는 44보격 한 행을 쪼개어 4개의 작품시행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율격시행은 1행에 지나지 않는다.

어루만지듯 / 당신 / 숨결 / 이마에 / 다사하면

 

4보격은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구조를 손상시키지 않고서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크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음보의 뒤에 정도가 다른 3종의 율격휴지 4개가 온다. 즉 첫째와 셋째 음보 뒤에는 음보말 휴지, 둘째 음보 뒤에는 중간 휴지, 넷째 음보 뒤에는 행말 휴지가 온다. 또 첫째 음보 셋째 음보의 첫음절에 율동강세가 오는 경향성을 지닌다. 위의 시에서 이영도는 둘째 음보 '당신 숨결'을 나누어 '당신 / 숨결'2개의 작품시행을 만듦으로써, 셋째 음보 '숨결'이 독립행으로 되어 강조의 효과를 거둔다. 그런데 우리의 율격적 기대는 음보가 연속 진행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시행은 이에 제동을 걸어 강제적으로 행말휴지를 두게 함으로써 이 진행의 기대를 차단한다. 따라서 이들 율격시행과 작품시행 사이에는 율격시행의 진행하려는 힘과 작품시행의 단절시키려는 힘이 부딪치며 서로 밀고 당기는 팽팽한 긴장이 일어난다. 그래서 '당신 / 숨결'로 호흡이 끊고 이어지는 느낌과 첫음절에 강세가 오는 우리말의 특징으로 '숨결'에 강세가 와, 당신의 '숨결'을 갈망하는 효과를 거둔다. 또한, 호흡을 끊어주므로 아지랑이의 잡힐 듯 잡혀지지 않는 아른거림과 '당신 숨결'이 닿을 듯 말듯 느껴지는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다. 4'이마에 다사하면'은 셋째 음보와 넷째 음보를 붙임으로 따사로운 느낌이 흩어지지 않고 모으는 느낌이 되도록 시행을 배열했다.

내사랑은 아지랑이 / 춘삼월 아지랑이

 

2연은 첫째 음보와 둘째 음보를 붙임으로 아지랑이처럼 사랑이 고조되는 느낌을 주고 셋째 넷째 음보에서 다시 반복함으로 강조되는 느낌을 준다. 또 종장을 벌려 써 장다리꽃이 난만히 피어있는 모습을 연상시키고, 나비가 높게 낮게 이쪽 저쪽을 나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의 사랑이 확장되어 환희로움에 젖게 한다. 3월이 봄을 의미하는데도 '춘삼월'이라는 시어로 씀으로 봄의 신선한 이미지를 북돋우는 시적 효과를 얻는다. <아지랑이>에서의 이러한 치열한 형식체험은 현대 시조의 미의식을 한껏 높여 시조형식에 있어서 자유시 이상의 형식적 自在性을 보여 현대 시조의 한계에 올려놓았다는 찬사로 그 가치를 인정 받는다.

대체로 시조의 전통적 형식은 자아의 이념적 깊이나 개방적 공간을 담아 내기에는 너무 작거나 부적절한 그릇일 수 있다. 그래서 이영도의 무한 의지는 형식의 구속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운율적 표현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 보인다. 그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시각적 조형미의 조성과 함께 율격시행과 작품시행 사이에 일으키는 율동적 긴장미의 시적효과를 얻는다. 이러한 결과에서 이영도의 집요한 형식 탐구를 읽을 수 있다.

 

 

 

III. 이영도 시조의 이미지

 

'이미지' 라는 말은 원래 실물의 摸像이나 彫像 또는 그림자를 의미한다. 이미지(image)와 상상(imagination)이 어원을 같이 하고 있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이미지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心象이라고도 하고, 미학상의 의미로는 形象이라고도 번역된다. 미학상 의미의 이미지, 즉 형상은 단순한 심상이 아니라 시인의 세계관이나 인생관까지 내포되는 경우에 사용된다.

시의 언어가 상상력을 여과한 이미지의 언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한편의 시를 형상화하기 위해 동원된 모든 시어는, 이미지 표상에 관련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시각적인 언어로서의 직유나 은유가 아니더라도 시에서 표현된 어휘들은 그 자체의 중요성을 지니게 되며, 또한 그것은 이미지와의 관련하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미지의 변천을 고찰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가질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결국 우리가 사는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과 동일하다. 왜냐하면, 언어는 존재인식에 대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T.E.Hulme)에 의하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대체로 3세계로 구분된다고 한다. 즉 유기적 세계, 무기적 세계, 그리고 종교 및 윤리적 세계가 그것이다. 이것을 설명하면 유기적 세계란 생명체의 세계로서 인간의 세계를 가리키며, 무기적 세계란 물질적 세계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교 및 윤리적 세계란 신으로 대변되는 초월적 세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구분법은 흄 자신의 독창적인 견해가 아니라 파스칼이나 에머슨 등이 이미 예시한 것이긴 하지만, 20세기 문학에 있어서 보편화된 세계관으로 본다. 그런데 노드롭 프라이는 이와 같은 구분법을 좀 더 세분화하여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그것은 신계, 인간계, 동물계, 식물계, 물질계이다.

이 장에서는 프라이의 세계관을 기초로 하여 각 세계를 표상하는 언어를 추출하고, 전통 시조시인인 이영도가 어떤 세계에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가를분석해 보고자 한다.

 

1. 이미지 패턴

 

프라이는 문학 작품의 구조를 신화에서 찾고 있다, 그는 문학사에 있어서 문학은 신화의 뒤를 따른다고 본다. 즉 하나의 신화는 비인간적인 세계를 인간과 통합하는 상상력의 단순하고도 원시적인 노력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신의 이야기로, 신화적 주제들이 역사적 기록이라 볼 때는 한정된 시대의 산물이 되지만, 역사적 시간을 넘어 계속적으로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때에는 원형의 반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그는 문학 작품에 잠재적으로 투영된 신화로부터 이미지 모형을 추구하여 세가지 이미지 패턴 즉, 상승적 이미지, 하향적 이미지, 유추적 이미지를 얻는다. 여기서 상승적 이미지와 하향적 이미지는 구체적인 신화 그 자체에서 파생된 것이며, 유추적 이미지는 신화를 유추하는 인간의 상상 속에서의 마음, 또는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각자는 횡적인 면에서 다시 다섯 세계를 표상하는 신계, 인간계, 동물계, 식물계, 물질계로 구분된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상승적인 이미지는 종교적인 천국이 그 최상의 이미지이며 현실의 여러가지 범주를 인간이 바라는 형태로 나타내 준다. 따라서 상승적 세계는 모든 사회적 정의와 개인적 양심에 일치한다. 신계는 하나님으로, 인간계는 기독교인으로, 동물계는 양으로, 식물계는 나무로, 물질계는 사원으로 나타난다.

하향적 이미지는 상승적인 상징과는 정반대의, 전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세계다. 악몽과 산 제물의 세계, 속박과 고통과 혼란의 세계다. 하향적인 심상의 중심 주제는 비하와 조롱으로서 '실생활'의 모방을 뜻한다. 인간계는 얽히고 설킨 부조리로서 복종과 지배가 강요된다. 동물계에서는 괴물. 맹수 등으로 표상되고, 식물계에서는 불길한 숲, 또는 황야로 나타난다. 물질계는 파괴된 도시, 황무지, 바위 등에 남아 있다.

유추적 이미지 패턴은 신화의 상승적 세계에서 근원된 것으로 로망스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순수 유추와 , 하향적 세계에서 근원하여 인간 현실의 불행을 경험함으로 지각된 이미지로서 결국 하위 모방을 형성하는 경험 유추와, 그 중간적 존재로서 상위 모방을 형성하는 이성 유추의 세 종류가 존재하게 된다.

순수 유추는 인간현실의 실제 경험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순수를 갈망하는 인간의 심정으로부터 형성된다. 왜냐하면, 인간 세계는 부조리하고 불행한 것이기 때문에 순수 유추의 이미지는 낭만주의로 발전된다. 이와 같은 예로 르네상스 시기의코머스,폭풍우, 낭만주의 시대의 블레이크의 순진무구의 노래뷸라의 이미지 등을 들 수 있다. 신계에서는 마법의 힘을 가진 어버이형의 현명한 노인, 아담이 타락하기 이전의 라파엘 같은 수호 천사들이다. 인간계에는 순수한 어린아이들, 순결한 처녀로 표상된다. 동물계는 목가적인 양과 충성심이 강하고 온순한 말과 개, 아리온과 관련이 있는 돌고래, 당나귀, , 나비 등으로 표상된다. 식물계에서는 생명의 나무에 해당되는 생명을 주는 마법사의 지팡이로 나타나고, 물질계는 정원이나 오두막, 탑과 성으로 나타난다.

다음으로 이성 유추 이미지는 상위모방을 형성하는데, 이 영역을 구성하고 있는 사상은 사랑의 형식이다. 신적인 세계와 영적인 세계를 대표하는 인간적인 표본들을 이상화하려는 경향이 강조되며, 인간적인 이성에 의해서 가정되므로 로망스보다는 사실적이다. 인간계는 왕, 여왕 등이며 동물계에서는 독수리와 사자가 왕의 모습을 표상한다. 식물계에서는 마법사의 지팡이가 왕의 홀()로 변하고, 마술의 나무는 펄럭이는 기로 변한다.

마지막으로 경험 유추 이미지들은 일상적인 경험의 이미지이다. 하위모방을 구성하는 개념은 발생과 작업이며, 신적인 또는 영적인 존재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심미적인 대리물로서 취급된다. 인간계는 보편적이며 전형적인 인간이 등장한다. 동물계에서는 모방적인 동물인 원숭이로 표상된다. 식물계에서는 피곤하여 땀 흘리는 농장. 전원 등이다. 물질계는 현대 도시의 어두운 골목길, 의사 소통이 결여된 벽 등으로 나타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유형으로 이영도 시조집靑苧集,石榴,言約의 시어를 분류하는데 있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설정하였다.

 

(1) 시에 동원된 모든 어휘들 가운데에서 오직 명사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그러나 대명사의 경우 '당신. 그대' 등의 의미가 ''을 뜻하는 통사론적 의미를 지닐때 이들의 일부를 이미지의 범주 안에 넣었다.

(2) 명사들 가운데서 관념어. 추상어 등을 제외하였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명사만 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 원칙은 이미지 본래적인 의미의 시각성이라는 특징을 옹호하기 위해서이다. 때문에 시간 개념을 나타내는 모든 명사도 제외되었다.

(3) 색채어도 제외되었다. 예컨데 '빨강. 파랑' 등은 비록 감각성은 있으나 구체적 사물을 제시하는 언어가 아니므로 추상어로 보아야 한다.

(4) 행위를 나타내는 명사, 예컨대 '걸음. . . 놀이' 등도 제외하였다.

(5) 모든 수학적. 기하학적 개념도 제외하였다. 수학은 원래 추상적 진리를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6) 기타 추상어는 아니지만 막연한 개념을 내포한 관념어, 예컨대 '세상. . 사물. 물질' 등은 제외하였다.

(7) 마지막으로 고유명사는 그것이 지닌 특별한 구체적 지시성에 의하여 이미지 범 주 안에 넣었다.

 

 

2. 이영도 시조의 이미지 분석

 

앞에서 본 연구자는 이영도 시조집 靑苧集,石榴,言約의 이미지 세계를 노드롭 프라이의 이미지 패턴에 의하여 분류해 보았다. 사실 이미지, 상상력, 상상적인 것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image, imagenation, imaginativas 등의 ima-의 뜻은 복사한다의 뜻이 있다. 라루스 사전에 의하면 그것은 산스크리트인데 에서 온 말로 <...에 자신을 측정한다> <복사한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항상 어떤 것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무엇이 먼저 있어야 그것을 복사하거나 그것과 자신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기억을 통해 어떤 것을 모방하여 이미지를 산출한다. 따라서 이영도 시조의 시어 분포를 살피는 것은 그의 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마력을 지닌다. 위의 결과를 토대로 시조집별 이미지 패턴 및 세계별로 백분비를 내보면 다음과 같다.

 

<1>靑苧集,石榴,言約의 이미지 패턴 백분율 대조표

 

 

<2> 靑苧集,石榴,言約의 이미지 구성 세계

 

. 전체적 조망

 

이영도 시조의 詩語는 일상을 넘어선 특별한 어휘가 아니라 그가 불어넣은 새로운 생명력에 의해 재탄생된 일상적 어휘들이다. 일반적으로 언어란 객관성을 지닌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지만, 시인에 의해 선택되어 시라는 유기체의 구성요소를 이룰 때 이 언어는 새로운 생명력을 지닌다. 따라서 시어의 이미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가 어떤 세계에 관심이 있는가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 본다. <1>은 시조집별 이미지패턴 백분비를 보인 것이고, <2>는 프라이의 분류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시조집별로 각 세계를 백분비로 보인 것이다. 다만 경험 유추의 이미지에 한해서는 좀 더 세분화시켰다. 왜냐하면, 이영도 시인의 많은 작품이 이 분야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상승적. 하향적. 유추적 이미지를 시조집별로 비교해 보면, 상승적 이미지는靑苧集4.7%,石榴4.7%, 言約10.9%로 후기 시조집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이러한 현상은 하향적 이미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와靑苧集5.8%, 石榴6.7%, 言約6.8%로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유추 이미지는 후기 작품집으로 갈수록 낮아져靑苧集89.5%, 石榴86.5%, 言約82.3%. 이와 같은 결과로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이영도 시조에는 유추 이미지가 가장 많다. 이는 인간은 누구나 특히 동양에 있어서는 극단적인 종교적인 천국과 지옥보다는 덜 은유적인 세계에 관심을 표명하는 보편성에 귀결된다. 특히 이영도는 유추적 이미지 중에서 경험유추에 관심을 나타낸다.

둘째, 하향적 이미지는 나쁜 습관으로 빠지거나 악의 개념과 일치할 수 있어 욕망이 좌절되어 가는 세계나 거절된 세계 혹은 악몽의 세계, 절벽, 불가해한 운명의 장난 등이 그 이미지가 된다.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가 비극적 사실을 절감하는 것에 있다"면 이영도 시조집에서 하향적 이미지가 적다는 것은 이상 세계로 하늘과 꽃을 설정해 두고 이를 추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셋째, 후기로 갈수록 신화세계에 관심을 보인 것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의 자세를 보여주어 그의 생애와 연계된다. 그러나 詩語의 이미지 빈도수가 낮음과 같이 이영도가 에 대한 절대의 믿음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에서 신에 대한 관심은 상당한 회의를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그도 인간이기에 지니는 믿음의 방황은, 신을 부정하는 가운데에서도 끝내 신에게 돌아가고자 간구한다. 그래서 그의 시조에서의 방황과 고뇌는 신. 그리스트의 가치를 통해서 구원받으려는 갈등 속에 서 있다. ''이나 '크리스트'는 원래의 이미지로 보아 이 세상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이영도 시조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시에서도 그 분포도가 낮게 나온다.

엄밀한 의미에서 죄를 신에게 통회하는 경우는 인간의 경험을 돌보지 않아야 한다. 즉 상승적 이미지의 세계는 인간의 본능적인 세계가 아니라 본능을 멀리하고 신을 위하는 자라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비극적 의식의 갈등없이 신비의 경지에 몰입해야 하는데, 이 순간을 루카치는 기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나 이영도 시조의 분야별 비교

1) 이영도 시조에 나타나는 이미지 패턴

이영도의 각 세계에 대한 관심도는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각 작품집별로 대체로 같은 방향을 보인다. 관심이 많은 분야에서 적은 분야로 순서를 정해 간단하게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위의 결과처럼 경험 유추 비율이 靑苧集50.6%, 石榴42%, 言約50.4%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경험유추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이영도의 관심이 세계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 경도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유추의 이미지 가운데 순수유추는 상승적 이미지를 반영하고, 경험의 유추는 하향적 이미지에 조응한다는 프라이의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이처럼 상승적 이미지는 긍정적인 면 즉, 신과 선의 세계를 상징하는데 비해서 하향적 이미지는 죽음과 악을 상징하는 부정적인 세계이다. 따라서 작품에 나타난 이미지가 상승적인 것보다는 하향적인 것에, 순수의 유추보다는 경험의 유추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은 이영도의 세계관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경험유추 다음으로 관심이 높은 순수유추에서는, 최고의 가치로서 '하늘'''이 이상세계로 설정된다. 그러나 이상은 이상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기에 그의 허무는 '텅빈하늘', '낙화'로 표출된다. 그러나 탐구해보면, 이영도의 관심이 순수 유추를 향한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의식의 지향점으로의 순수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순수유추 다음으로 관심을 나타내는 이성 유추는 사실적인 이성의 세계이다. 즉 의지적 세계의 특징인 직접적 모방은 그의 동경과 꿈에 의하여 가정된 것보다는 그가 실천해 가려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일종의 상위모방의 영역으로 뭇사람이 주시하는 표적, 즉 구심적인 응시가 강조된다. 이것은 신적인 세계와 영적인 세계를 대표하는 높은 세계를 인간이 이상화하여 실천하려는 경향이다. 이성유추는 시의 현대적 특성이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인간의 지의 세계로 이영도 시조의 '가슴', '', '', '목숨', '', '' 등의 시어가 갖는 이미지다. 후기로 갈수록 이성유추에 관심을 보인 것은 그가 초기보다 더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사고를 했음을 의미한다.

악을 상징하는 하향적 이미지는 상승적 이미지와 함께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무덤', '비수', ''등은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2) 이영도 시조의 이미지 세계

전체 이미지를 다섯 세계로 분류해 볼 때 나타나는 백분율 <3>은 프라이의 이미지 패턴을 횡적으로 볼 때, 비교되는 통계이다. <1>은 상승적 이미지, 하향적 이미지, 유추의 이미지 등의 기준으로 본 통계라면 <3>은 그 각 이미지 안에 공통적으로 내포된 신계. 인간계. 동물계. 식물계. 물질계의 다섯세계를 기준으로 통계를 내어 대비해 보인 것이다.

 

<3> 전체 이미지를 다섯 세계로 분류해 볼 때 나타나는 백분률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각 세계에 대한 그의 관심도의 비중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질계 인간계 식물계 동물계 신계의 순서가 그것이다. 그의 물질계의 관심은 경험유추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데, 경험 유추에 내재한 각 세계별 백분률을 세권의 작품집을 통해 관찰해보면 최고의 가치로서 '하늘'이 설정되었다.

물질계 다음으로 관심을 갖는 인간계는 후기로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동물계와 식물계에 대한 관심은 후기로 갈수록 낮아진다. 이것은 이영도에게 있어 중요시 되는 것은 인간의 존재 문제 또는 내면세계의 탐구로 ''도 그의 내면세계화 했음을 암시한다. 이와 같은 결과로 이영도의 시적 관심은 물질계와 인간과의 관계인식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영도가 경험의 유추에서 보여준 물질의 대상은 문명화된 물질이 아니라 대부분 자연으로서의 물질이다. 따라서 경험 유추에서 보여준 이영도의 시적 관심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의 물질계의 대상은 하늘, , 바람, 바다, 구름, , , (), 노을 등으로 한국인의 자연에의 애착과 맥을 같이 한다. 이로 미루어 이영도의 시세계는 한국인의 전통세계와 잇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3) 자연 이미지와 문명 이미지

앞에서 시어를 분류해 본 결과 자연 이미지는 초기 시집인 靑苧集에서 순수 유추에 87(46%)로 나타나다가 차츰 낮아져, 후기 言約에서는 21(14%)로 나타났다. 반면 경험유추에서의 자연은 초기 靑苧集에서 후기 言約까지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순수를 갈망하는 세계에서 그가 살고 있는 불행하고 부조리한 현실로 관심을 갖는 경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문명 이미지 또한 경험 유추에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는데, 인간의 문명이란 대체로 노드롭 프라이가 지적한 바와 같이 신화세계가 인간적인 것으로 치환된 소위 이성 유추의 하위단계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자연 이미지와 문명 이미지를 대비해 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4> 자연 이미지와 문명 이미지

 

 

이상의 표에서 그의 관심은 자연에 더 많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자연은 구원의 우주를 의미한다. 무한의 자연과의 융화로 자신의 허무를 극복하려는 그의 지향은 피안의 자연을 차안의 현실로 인식한다. 有爲變轉의 인간인 그는 자신의 아이러니의 다리를 통하여 피안의 자연으로 渡河를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작품 대상으로서의 자연은 그의 창작의식에 투영되는 순간, 그의 내면 세계에서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그의 시조에 나타나는 '하늘'이나 '' 등은 그의 무의식과 의식 유형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시나 고시조에 등장한 자연은 대부분 自意識이 마비된 보편적 자연, 범주적인 자연이었다. 이는 조선사회는 규범 사회로 개인적 정서보다는 규범적 인식을 강요했고, 개인적 체험을 노래한 것보다는 윤리적 이상을 노래한 것을 더 가치롭게 생각한 데 연유한다. 이러한 가치관과 미의식이 지배해 온 조선사회에서 우리 시가문학의 오랜 안식처였던 자연은 범주적인 자연, 풍류적인 賞自然이었으나 현대시조시인인 이영도에 와서는, 개인의 체험과 결부된 새로운 미감과 생명력을 표출한다.

 

4. 시어 빈도수

 

각 시조집별 이미지 빈도수를 산출하여 순위를 정하면 다음과 같다.

 

靑苧集: 하늘(24), (21), (16), (13), (12),가슴(12), (11), 구름 (10), (8), (7), (7), (7), 아이(7), 등불(6), (6), 바람 (5), 바다(5), (5), 그대(5), 목숨(5)

 

石榴: 하늘(20), 가슴(17), (16), 당신(12), (10), 바람(9), (7), ()(7), 바다(6), 구름(5), (5), 아이(5), 목숨(5), (4), 등불 (4), (4), 그대((3), ()(3), (3)노을(3), 메아리(3)

 

言約: (22), 가슴(21), 하늘(19), (14), 목숨(14), (11), ()(10), ()(10), (10), 등불(8), (8), 바람(7), 아이(7), (6), 당신 (6), (5), (5), (4), 강물(4), (4)

 

위의 결과로 이영도의 시적 관심이 자연과 인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점의 차이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詩語란 바로 시를 대변하는 요소로서 시인의 인식론적 發言이 되며, 그것이 작품안에서 어떻게 미적 구조로 되고 있는가 하는 것은, 그 시인이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 같다. 시란 언어로 표현된 미적 존재이며 동시에 사물에 대한 인식이기 때문이다. 이영도의 관심은 자연어인 '하늘'과 초목인 ''에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의 시에 투영된 자연은 內面的 自然, 主觀的 自然으로서, 請願的인 감정상태의 직핍, 지고한 대상에 대한 서정적 자아의 내적 감동 및 긴장으로 표출되는 자연이다. 따라서 이영도의 시어로 표출되는 '하늘'''은 그 자신과 交感하는 대상으로 또는 염원하는 이상향으로, 또한 이데아의 표상으로서, 內發的인 자연, 비유로 파악되는 자연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기 인생과 님과 관계가 있는 내면화된 자연으로, 후기에는 신을 향한 구원의 의지까지 작용하고 있다.

한편 높은 빈도수를 보이는 '가슴', '당신' ''의 이미지는 정신적 혹은 내면의식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의 세계, 즉 육체의 욕망이 지배하는 세계를 강하게 암시한다. 따라서 이영도의 시세계는 인간의 본능에서 발원하는 정서를 표상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이영도 시조 시어를 이미지 유형별로 분석해 본 결과, 그는 경험유추에 가장 관심이 많고, 그의 시적 관심은 물질계와 인간계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시어의 빈도수를 산출한 결과 빈도수가 많은 '하늘' 시어와 '' 시어는 이데아의 표상으로서 비유로 파악되는 자연이다.

 

IV. 이영도 시조의 이상향

III장에서 이영도 시조의 시어 이미지를 살펴본 결과 '하늘',''시어가 가장 많은 빈도수를 보이고 있다. 詩語는 시인의 세계 경험의 상징물로, 작자의 주관과 대상이 통합된 유일하고도 독특한 경험세계의 實體化 또는 肉化. 따라서 언어로 표현된 미적 존재이며 동시에 사물에 대한 인식인 시는 그의 내면세계의 상징이라 할 수 있어, 시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시어는 바로 그의 시조를 대변하는 요소로, 잠재된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하늘', '' 시어는 시의 內的 표현 욕구 또는 심적 상흔으로 이영도 시조의 原形을 상징해, 내면적 심상의 세계를 승화시키는 그의 이상향 추구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작가의 의식 속에는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기 때문에, 현실은 환상의 투사일 수 있고 환상 속에 현실이 투사되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그의 낙원추구는 현실과 환상 즉 꿈과의 변증법적 통일에서 인간의 생활은 維持 營爲 되는 것과 맥을 같이하여, 현실과 비현실에 대응하는 인간기능의 止揚과 통일에서 낙원사상이 발상 되고 형상화 되는데 접맥된다. , 환상의 추구라 할 수 있는 이영도 시조에는, 전통적 유교사회에서 은폐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본능적 욕망과 꿈이 투영되어 있다. 그래서 시조를 통한 그의 이상향 추구는, 신화. 전설. 문예 작품에 형상화된 인간의 이상추구와 같은 선상에 있다.

이처럼 인간의 심상 속에는 원초적으로 이상낙원을 추구하는 의식이 잠재해 있어, 현실적 욕망이 강렬할수록 환상적 추구도 강렬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의 시조에서 '하늘'은 현실을 초월해 환상적으로나마 임과의 충족을 이루려는 상승적 이미지다. 상승적 하늘은 그의 그리움의 세계로, "예술가는 현실의 불만스런 생활을 꿈이란 환상을 통하여 대리만족하고 있다"에 연계된다. 따라서 '하늘'은 바로 그의 母胎의 영원한 고향이면서 그리움의 의지처인 낙원을 상징한다.

한편, 하늘에의 유토피아가 천상적이라면 꽃은 지상적이다. 그는 자신의 한계에 눈뜨면서 꽃의 생명력을 통해 초월적 세계를 지향한다. 꽃은 영원한 생명, 사랑, 구원, 이상세계를 표상해 삶의 원초적 기쁨을 상징한다. 또한 그의 시조에서 꽃은 여성적 아름다움의 대표적 表象일 뿐만 아니라, 순수성 성실성의 은유로 換置되어, 有限에서 無限인 낙원을 지향한다.

 

 

1. 이영도 시조의 이상추구

 

. 하늘에의 유토피아

 

이영도 시조의 '하늘' 시어는 63회로 가장 많은 빈도수를 보이는데, 하늘은 그 모습 그대로 무한과 초월을 상징한다. 하늘의 무한함은 인간의 짧은 인생에 속하는 사소한 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어떤 것'으로 '가장 높음'으로 인해 신의 속성을 띤다. 따라서 '하늘'은 이영도가 도달할 수 없는 곳, 성좌권의 초월, 절대적 실재, 영원성의 신적인 위엄을 의미해, 지상의 삶에서의 부재를 이루려는 욕망은 천상을 지향한다. 이 천상은 청춘의 꿈과 그리움도 20대의 과부로 꺾이고만 이영도가, 문학과 종교를 통해 희구했던 보다 높고 먼 상승적 세계다. 이러한 하늘은 이상화된 색채인 푸른색으로 인해 무한 공간의 영원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렵고 곤란할 때 하늘을 보는 우리 민족의 관습은, '신앙은 原一者으로 回歸하기를 祈求하는 원시고대인의 本源的回歸心理의 표현이다.'는 한민족의 천공복귀사상에 접맥된다.

한편 하늘은 이영도의 환상적인 원망 세계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 동양인들의 경우 둥근 천장 같은 하늘의 형태는 유목민의 천막을 연상시켜, 3차원적 공간은 인간이 신비로운 다른 세계로 드는 것을 방해하는 일종의 뚜껑일 뿐이다. 이러한 하향적인 하늘은 지상의 삶과 천상의 세계 사이에 있는 뛰어넘을 수 없는 단절을 상징해, 그의 그리움에의 절망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그리움에의 절망감은 바로 '우리들이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낙원은 그리움이다'라는 장파울의 표현에서 읽을 수 있듯, 인간의 추방된 낙원에 대한 현대적 아이러니다. , 이영도의 낙원이 '그리움'이라는 것은 결국 낙원에 돌아갈 수 없는 그의 조건을 암시한다.

 

1) 상승적 이미지

이영도 시조의 상승적 이미지는 두 가지 중요한 양상을 나타낸다. 하나는 외적 현상으로, 높은 단계가 공간적으로 숭고한 가치를 상징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내적 현상으로 실제적 상승이 아니라 그의 내적 삶, 곧 상부를 지향하는 충동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그의 대부분의 시조에서의 '하늘'이미지는 지상의 삶의 조건을 초월하는 높은 세계로 인식되어 신성, 동경, 그리움의 세계를 상징하는 점에서 상승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하늘'의 푸른색은 이상화의 색으로 이영도 시정신의 원천이면서 종교적 신념의 바탕을 이룬다. '하늘'은 진리의 근본이 있는 절대정신의 중심점이며, 그리운 세계이면서 상상의 歸着點으로서, 이영도의 내적 삶의 지향성이다. 이것은 이영도 시의 未知에의 도전으로 의지적인 지향성을 뜻한다. 또한 푸른색은 이 시인이 추구하는 이상향인 天上的 이미지와 직접적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햇빛이 풍부한 곳에서는 사람들이 따뜻하고 생생한 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햇빛이 비교적 적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차갑고 부드러운 색을 선호하는 경향을 갖는다는 생물학적 반응은 일제 치하를 겪고 6.25를 겪은 이영도에게도 적용된다. S.E. Katz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순서가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자주색, 노란색, 주황색 순이라고 했다. 이런 사실은 푸른 하늘을 마지막 구원의 의지처로 詩化한 이영도의 시세계를 뒷받침해 준다.

 

蜀葵는 한결 붉게

물이 들라 피어 있고

 

에선 뻐꾸기

타이르듯 울어쌓고

 

먼 하늘

솟은 메 끝엔

타오르는 노을 빛 - <夕陽> -

 

위의 시에서 '먼 하늘'은 저만치 먼 곳을 의미한다. 그런데 내가 있는 여기는 뻐꾸기가 타이르듯 우는 진달래꽃이 피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여기는 '타이르듯 우는'이 암시하듯 태우지 못하는 갈망이 있는 불안의 장소다. 여기와 상대되는 '먼 하늘'은 일상적인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간, 분별이 있기 전의 공간으로 세계의 근원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먼 하늘을 배경으로 솟은 산은 높이라는 요소가 강조되어 시인의 내적인 고양을 상징한다. 즉 산은 지상과 하늘이 서로 만나는 지점으로 신비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메 끝에 타오르는 노을 빛의 이미지는 타오르는 불의 이미지다. 이 불은 바로 뻐꾸기가 타이르듯 울어쌓는 억제되어야 할 욕망이다.

그리고 '한결 붉게'의 붉은 색은 정열을 상징하고 꽃은 수동적임을 암시한다. 이 진달래꽃의 이미지는 목구멍에서 피를 토해 가며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 우는 미련의 새 歸蜀道에 연계되어 내적으로 타오르는 정열은 눈물로 분출된다. 그런데 우리 한국의 전통 가치관이나 도의는 운다는 감정표현을 극도로 억제해 왔다. 그러나 이렇게 물리적으로 억제한다 하여 울음이 소멸되지는 않는다. 울음이 외형화 하지 않았을 뿐 팽창한 채 內在하여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압력을 지니고 분출을 모색하게 된다. 그는 이 울음이 포화점에 이르렀을 때 代理 울음을 택한다. 그래서 자신 밖의 울음의 대리 매체인 뻐꾸기가 타이르듯 우는 것이다. 물론 타이르는 주체는 이영도 자신으로, 뜨거운 피를 다스리는 그의 의지는 '먼 하늘'을 응시한다. 이 응시는 ''에서 '창천을 겨눠 꿈을 쫒는 새'로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오른다.

 

남빛 동천을 누벼 점점이 하얀 나비

세월이 아플수록 조요로운 사유의 자락

일찌기 창천을 겨눠 꿈을 쫒던 나의 새여 - <> 에서

 

<>에서 '하늘'은 이영도의 마지막 의지처로서 기대 충족의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곳이다. '하늘'은 이영도가 살고 있는 어두운 공간이 아니라 밝음의 공간이다. 따라서 시대적 밤이 깊을수록 밝음을 향하는 그의 지향성은 으로 표상된다. 은 지상과 천상의 중간에 위치해, 하늘을 향해 떠오르고자 하는 그의 내면적 상승욕구의 투영이라 할 수 있는데, 하늘은 남빛 동천이다. 색이란 마음에 작용하는 것으로 마음의 응축적 표현을 시라고 한다면 시에서 색채는 직접적으로 마음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시에서의 남빛은 주목성이 높은 것으로 인하여 희망을 상징하는 배경으로 사용된다.

또한 종장의 푸른 배경은 이영도의 천상의 희망을 암시하며, 그것은 정신성, 승화된 삶의 세계를 상징해 '창천'은 신성, 동경, 그리움의 지향점이다. 여기서 '꿈을 쫓던 새'의 이미지는 현실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를 획득하고자 하는 이영도의 내면 갈등의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희망은 <매미의 노래>에서 구체성을 획득한다.

.

땅밑에 구을어도 녹음에다 꿈을 두고

시시로 이는 마음 푸른 하늘 우럴으며

소중히 지녀온 노래 빗발처럼 쏟아라

 

모질게 낡은 허물 누덕이로 벗어두고

낙락히 올라앉아 하염없이 뽑는 가락

저 푸른 七月 하늘에 멀리 멀리 날리리 - <매미의 노래>-

 

<매미의 노래>에서 '매미'는 이영도의 '자유''희망'을 상징한다. 일반적으로 매미는 하늘을 꿈꾸기 위해서, 유충인 '굼벵이'로 수년 또는 7년을 암흑의 땅 속에서 지내야 비로소 매미가 된다. '매미'는 현실이 각박하고 힘들어도 이상 세계를 그리며 인내하는 이영도의 내면세계 표출이다. 1~3주일의 화려한 삶을 위해 7년을 묵묵히 기다리는 인고의 삶은 바로 한국적 여인상이다. 이 여인은 미래에 대한 기다림으로 자기 초극을 시도한다.

2연의 '모질게 낡은 허물'21세에 소슬대문으로 시집가 대가족 뒷바라지와 병약한 남편의 사망으로 홀로 살아야했던 생애와 무관하지 않다. 그가 이 허물을 '누덕이로 벗어두고', '낙락히 홀로 앉아 하염없이 뽑는 가락'이 날리는, '저 푸른 7월의 하늘'은 태양이 작렬하는 '하늘'로 남성적이고 능동적이다. 이러한 '하늘'은 바로 지상의 삶의 조건을 초월하는 세계로 이영도의 님이 있는 신성 동경의 세계를 상징한다. 또한 '저기'는 상대적으로 먼 곳으로, 사랑이 있는곳, 그리움이 있는 곳으로 피안을 의미한다. 이영도의 피안 지향성은 도달할 수 없는 '저기'라는 공간에, 진실이나 종교

 

 

 

그리움/이영도

 

생각을 멀리하면

잊을 수도 있다는데

 

고된 살음에

잊었는가 하다가도

 

가다가

월컥 한 가슴

밀고 드는 그리움.

 

 

무제(無題). 1/이영도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울여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창()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

 

 

무제(無題).2/이영도

 

정정한 송백(松栢)같은

당신의 사유(思惟)안에

 

저녁 어스름

박꽃 같은 나의 정()

 

수석(水石)

구름이 일듯

조요로운 멋일레 .

 

차라리 말이 없어

당신은 바위인데

 

내 인생은

여울지는 실계곡

 

춘정(春情)

돋는 속잎을

멧새들이 노닌다.

 

출처<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너는 저만치 가고 ] 이영도 시조집에서

 

 

금강공원 이영도 시비의 작품

 

 

단란

 

아이는 글을 읽고 나는 수를 놓고

심지 돋으고 이마를 맞대이면

어둠도 고운 애정에 삼간듯 둘렀다.

 

 

석류

 

다스려도 다스려도 못 여밀 가슴속을

알알 익은 고독 기어히 터지는 추정(秋睛)

한 자락 가던 구름도 추녀 끝에 머문다.

 

 

모란

 

여미어 도사릴수록 그리움은 아득하고

가슴 열면 고여 닿는 겹겹이 먼 하늘

바람만 봄이 겨웁네 옷자락을 흩는다.

 

 

시조시인 이영도(李永道/1916~1976)

 

경북 청도 출생. 시조 시인. 호는 정운. 1945<죽순>에 시조 '제야'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여, 여성 특유의 전통적 정서를 감각적 언어로 표현하였다. 통영여고, 남성여고, 성지여고의 교사를 지냈으며 부산여대에 출강하기도 했다. 작품세계는 여성의 맑고 경건한 계시주의와 낭만 등 섬세한 감각을 들 수 있다. <청저집>, <석류> 등의 시조집이 있다.

 

이영도는 해방 이후 등단한 최초의 시조시인으로 황진이의 맥을 이은 현대 시조시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영도의 시조는 간결한 언어구사로 절제된 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정운 이영도 선생의 시비가 부산의 금강공원에 있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그것은 그녀가 50년대 말 10년간 살았던 통영을 떠나 67년까지 부산의 남성여고와 성지여고의 교사, 부산여대에도 출강하였으며 또한 부산대학근처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달밤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이호우 시조시인의 "달밤'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시조를 쓴 이호우 시인은 이영도 시인의 친 오라버니입니다.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를 연상케 하는 이들 오누이 시인들로 말미암아

우리 시조의 맥이 더욱 풍요롭게 되살아 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정운(丁芸) 이영도 평전

 

구 름

 

이 영 도(1916~1976)

 

정녕 윤회있어 받아야 할 몸이라면

아예 목숨일랑 허공에 앗아지고

한오리 연기로 올라 구름이나 되려오.

 

무수한 해와 달을 품안에 안고보니

삼라만상을 발 아래 굽어 보고

유유히 산악을 넘는 구름이나 되려오.

 

저녁놀 비껴뜨면 꽃 구름이 되었다가

때로는 한 하늘 먹장으로 덮어도 보고

아침 해 솟는 빛 앞에 몸을 맡겨 타려오.

 

아득한 소망대로 이루어 지량이면

인간을 멀리하여 무량한 하늘가로

탓 없이 떠서 오가는 구름이나 되려오.

 

 

1.정운(丁芸) 이영도 여류 시조시인 연보

 

1916.10. 22. 경북 청도군 청도면 내호동 259번지에서 일제 지방군수를 지낸 아버지 이종수와 어머니 구봉래의 12녀 중 막내 딸로 출생. 시조시인 이호우의 친 동생. 정규 교육 없이 자가에서 가정교사를 두고 신구 학문 섭렵

1936 대구의 대부호 집안의 막내 아들 박기주와 결혼

1939 외동딸 박진아 출생

1945 부군과 사별, 대구의 이윤수가 주재한 죽순(竹筍) 동인으로 활약하면서 "제야"로 등단. 경남 통영여중 교사 취임

1953 부산 남성여중고 교사

1954 시조집 "청저집(靑苧集)" 상재

1955 마산 성지여고 교사 취임

1956 부산여대 강사

1958 수필집 :춘근집(椿芹集)" 출간

1964 부산 아동회관 관장 취임

1966 수필집 "비둘기 내리는 뜨락" 상재 제8회 늘원 문화상 수상

1968 시조집 "석류"를 오빠 이호우와 함께 오누이 시조집 출간. 중대 출강

1971 시필집 "머나먼 사념의 길목" 상재

1975 한국시조작가협회 부회장, 한국여류문학인회 부회장

1976.3.6 자택에서 뇌일혈로 별세

 

유고집 <언약>, 유고수필집 <내 그리움은 오직 푸르고 깊은 것>

...................................................

 

2.작품

 

言 約

 

해거름 등성이에 서면

愛慕는 낙락히 나부끼고

透明水天

한 점 밝혀 뜬 言約

 

그 자락

감감한 山河

귀뚜리 叡智를 간().

 

 

바 위 - 어머님께 드리는 -

 

여기 내 놓인대로 앉아

눈 감고 귀 막아도

 

목숨의 아픈 證言

꽃가루로 쌓이는 四月

 

萬里

回歸의 길섶

歸燭道 피 뱉는 소리

 

 

달무리

 

우러르면 내 어머님

눈물고이신 눈매

 

얼굴을 묻고

. 宇宙이던 가슴

 

그 자락

같이 여기고, 이 밤

너울 너울 아지랑이

 

외 따로 열고

 

비 오고 바람 불어도

가슴은 푸른 하늘

 

홀로 고운 星座

지우고 일으키며

 

솔바람

머언 가락에

목이 긴 한 마리

 

멀수록 다가 드는

思慕空間 밖을

 

萬里 더 지척같이

넘나드는 꿈의 通路

 

그 세월

외따로 열고

다둑이는 추운 마음

 

 

 

나직이 영창 밖으로

스며드는 물빛 黎明

 

그 숨결 이마에 감고

새댁처럼 素心 눈 뜨네

 

내 마음

사래 긴 渴症 위를

왁짜히 장다리꽃 튼다

 

 

모 란

 

여미어 도사릴수록

그리움은 아득하고

 

가슴 열면 고여 닿는

겹겹이 먼 하늘

 

바람만

봄이 겨웁네

옷자락을 흩는다.

 

 

天 啓

-사월탑 앞에서

 

신 벗고, 앞에 서면

한 걸음 다가서는 祖國

 

絶叫 사무친 골엔

솔바람도 설레어 운다

 

푸르게

눈매를 태우며, 너희

지켜 선 하얀 天啓

 

 

고 비

 

꽃 피고 싹 트이면

골을 우는 뻐꾸기들

 

목숨의 크낙한 分娩

함께 앓는 이 고비를

 

山河

끓이던 靑血

, 三月, 四月......

 

 

雪 夜

 

눈이 오시네, 사락사락

먼 어머님 옷자락 소리

 

新房 장지 밖을

감도시던 기척인 듯

 

이 한밤

시린 이마 짚으시며

약손인 듯 오시네.

 

곰곰이 헤는 星霜

멀고 험한 오솔길을

 

()아도 갈아도 목숨은

연자방아 도는 바퀴

 

갈퀴손

어루만지며

言約인 듯 오시네.

 

 

恩 寵

 

잎잎이 가을을 흔들고

들국화 낭랑한 언덕

 

그 푸름 속 아른 아른

고추잠자리 난다

 

당신 뜰

마지막 饗宴 위로

구름이 가네, 바람이 가네.

 

그 노을

尖塔이 타네

내 가슴 절벽에도

 

돌아 앉은 人情 위에

뜨겁던 임의 그 피

 

悔恨

어진 깨달음인가

"골고다"로 젖는 노을.

 

 

光化門 네거리에서

 

사월의 이 거리에 서면

내 귀는 소용도는 海溢

 

그날, 東海를 딩굴며

허옇게 부셔지던 泡哮

 

그 소리

네 목청에 겹쳐

廣場을 넘친다

 

정작 바길 덤덤해도

한 가슴 앓는 傷痕

 

차마 바래일(漂白) 수 없는

녹물 같은 얼룩마다

 

이요

의 푸른 눈매가

나를 불러 세운다.

 

 

石 榴

 

다스려도 다스려도

못 여밀 가슴 속을

 

알알 익은 고독

기어이 터지는 秋晴

 

한 자락

가던 구름도

추녀 끝에 머문다.

 

 

丹 楓

 

너도 타라 여기

황홀한 불길 속에

 

사랑도 미움도

넘어 선 이어라

 

못내핀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香爐

 

 

 

아지랑이

 

 

어루만지듯

당신 숨결

 

이마에 다사하면

내 사랑은 아지랑이

 

춘삼월 아지랑이

장다리

조오란 텃밭에

 

 

 

 

나비

나비

나비

나비

 

 

團 欒

 

아이는 글을 읽고

나는 를 놓고

 

심지 돋우고

이마를 맞대이면

 

어둠도

고운 愛淸

삼가한 듯 들렀다.

 

 

生 長 -진아에게

 

날로 달 붓듯이

자라나는 너를 보면

 

무엔지 서러움이

기쁨보다 느껴웁고

 

차라리

바라던 마음

도로 허전 하구나.

 

 

 

 

 

그대 그리움이

고요히 젖는 이 밤

 

한결 외로움도

보배냥 오붓하고

 

실실이

푸는 그 사연

장지 밖에 듣는다.

 

 

3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번 흔들지 못한 채

돌아선 하늘과 땅

 

愛慕

舍利로 맺쳐

푸른 도로 굳어라.

 

 

그리움

 

생각을 멀리하면

잊을 수도 있다는데

 

고된 살음에

잊었는가 하다가도

 

가다가

월컥 한 가슴

밀고 드는 그리움.

 

 

무지개

 

여윈 그 세월이

덧없는 살음이매

 

남은 日月

비단 로 새기고저

 

오매로

어리는 꿈에

눈 부시는 무지개.

 

 

白鹿潭

 

차라리 스스로 달래어

쓰느라니 고였는가

 

그날 하늘을 흔들고

아우성 치던 불길

 

투명한

가슴을 열고

여기 내다뵈는 상채기.

 

 

海 女

 

눈은 서늘한 눈은

珊瑚빛 어린 하늘

 

먼 갈매기 울음에

부풀은 일레라

 

여울져

달무리 가듯

일렁이는 뒤움박.

 

 

이 별

 

정작 너를 두고

떨쳐 가는 이 길인데

 

嶺湖 千里

구비마다 겨운 봄빛

 

山川이 뒤져 갈수록

닥아 드는 體溫이여!

 

 

3. 이영도의 작품세계/ 사향 노루 지나간 뒤에는 <이은상>

 

동양에 있어서 여류 시인의 작품들을 살펴본다면, 중국 고대로 올라가 서왕모(西王母)"천자요(天子謠)" 까지는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노나라 도명(陶明)의 딸 도영()이 지은 황곡가(黃鵠歌)나 송강왕(宋康王) 때 한빙(韓憑)의 아내 하씨(河氏)가 지은 오작가(烏鵲歌)로부터는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수천년의 역사를 지녔고, 또 우리 국사상에 있어서도, 고구려 뱃사공 곽리자고(藿里子高)의 아내 여옥(麗玉)의 공후인과 신라 여인 설요()의 반속요(返俗謠)와 백제 행상의 아내가 부른 정읍사(井邑詞)로부터 손꼽을 수 있을 것이라.

이도 역시 천 수백 년의 역사를 지녔고, 그 이후 고려, 이씨 왕조를 통하여서도 자못 수 백명의 여류 시인과 그들의 아름다운 작품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시조 작품을 남긴 여성들만도 역대를 통하여 현부인,궁녀,기생들을 아울러 현재 문헌상에 나타 난 이름이 자못 30명에 이르고 있음을 본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 와서도, 일찍부터 여류 시조 작가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그 중에서도 여름밤 구름을 뚫고 나타나는 달처럼, 모두를 쳐다보도록 맑고 환한 모습을 드러내보인 두드러진 여류 시조 작가가 누구였더냐 물으면, 아마 누구도 이영도를 지적할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가 확실히 시인이 도달해야 할 어떤 경지에 이르렀던 여인이기 때문이다.

 

시인이 자연을 묘사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것 가지고서는 시인이 어느 깊은 경지에 들어갔다고는 보기 어렵다. 시는 어떤 묘사로써 일삼기보다는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음악이나 미술 등 모든 예술에 다 통하는 말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이영도의 시조 작품 속에서 그가 자연과 나누던 대화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느것에서는 그가 자기 스스로 맑고 미묘한 정서 속에 휘말려 들어가서 숨가쁘게 심호흡을 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 것이다. 그는 무엇인가 갈구하고 있었다. 신의 문을 두들기며 대답을 들으려 했다. 그러나 마침내 세상 인연을 끊어버리고 신의 품속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것이 그의 일생이었다.

 

다만 사향노루가 지나간 위에는 발자국 닿은 풀끝마다 향기가 끼치듯이. 그는 어디론지 가버렸건만, 향내 머금은 작품들이 남아 우리 가슴에 풍기고 있다

-유고집 <언약> 서문에서-

 

<이영도 , 그리고 정운(丁芸)과 청마(靑馬)의 연시(戀詩)>

 

<낙화(落花)> -눈 내리는 군 묘지에서- 이영도

 

뜨겁게 목숨을 사르고 / 사모침은 돌로 섰네.

겨레와 더불어 푸르를 / 이 증언의 언덕 위에

감감히 / 하늘을 덮어 / 쌓이는 꽃잎, / 꽃잎.

 

<석류(石榴)> - 이영도

 

다스려도 다스려도 / 못 여밀 가슴 속을

알알 익은 고독 / 기어이 터지는 추청(秋晴),

한 가락 / 가던 구름도 / 추녀 끝에 머문다.

 

<언약(言約)> - 이영도

 

해거름 등성이에 서면 / 애모(愛慕)는 낙락히 나부끼고

투명(透明)을 절()한 수천(水天)/ 한 점 밝혀 뜬 언약(言約)

그 자락 / 감감한 산하(山河)/ 귀뚜리 예지(叡智)를 간().

 

 

 

<그리움> - 정운(丁芸) 이영도

 

생각을 멀리하면 / 잊을 수도 있다는데

고된 살음에 / 잊었는가 하다가도

가다가 / 월컥 한 가슴 / 밀고 드는 그리움.

 

<세월(歲月)> - 청마(靑馬) 유치환

 

끝내 올리 없는 올이를 기다려 / 여기 외따로이 열려 있는 하늘이 있어.

하냥 외로운 세월이기에 / 나무그늘 아롱대는 뜨락에 / 내려 앉는 참새 조찰히 그림자 빛나고.

자고 일고 - / 이렇게 아쉬이 삶을 이어 감은 / 목숨의 보람 여기 있지 아니함이거니.

먼 산에 우기(雨氣) 짙으량이면 / 자옥 기어 드는 안개 되창을 넘어

나의 글줄 행결 고독에 근심 배이고 -

끝내 올리 없는 올이를 기다려 / 외따로이 열고 사는 세월이 있어.

 

<아지랑이> - 이영도

 

어루만지듯 / 당신 숨결

이마에 다사하면 / 내 사랑은 아지랑이

 

춘삼월 아지랑이 / 장다리

노오란 텃밭에 / 나비 나비 나비 나비

 

<바람에게> - 유치환

 

바람아 나는 알겠다. / 네 말을 나는 알겠다.

한사코 풀잎을 흔들고 / 또 나의 얼굴을 스쳐 가 / 하늘 끝에 우는 /

네 말을 나는 알겠다.

눈 감고 이렇게 등성이에 누우면 / 나의 영혼의 깊은데까지 닿는 너.

이 호호(浩浩)한 천지를 배경하고 / 나의 모나.리자! /

어디에 어찌 안아 볼 길 없는 너.

바람아 나는 알겠다. / 한오리 풀잎마다 부여잡고 흐느끼는 /

네 말을 나는 정녕 알겠다.

 

<> - 이영도

 

그대 그리움이 / 고요히 젖는 이밤

한결 외로움도 / 보배냥 오붓하고

실실이 / 푸는 그 사연 / 장지 밖에 듣는다.

 

<밤바람> - 유치환

 

너의 편지에 / 창밖의 저 바람소리마저 / 함께 봉하여 보낸다던 그 바람소리

잠결에도 외로와 깨어 이 한밤을 듣는다.

알수 없는 먼 먼데서 한사코 / 적막한 부르짖음 하고 달려와

또 어디론지 만리(萬里)나 날 이끌고 가는 / 고독한 저 소리!

너 또한 잠 못이루 대로 아득히 생각 / 이 한밤을 꼬박이 뜨고 밝히는가?

그리움을 모르는 이에겐 / 저 하늘의 푸름인들 무슨 뜻이리.

진정 밤 외로운 바람은 / 너와 나만을 위하여 있는 것.

아아 또 적막한 부르짖음 하고 저렇게 / 내게로 달려 오는 정녕 네 소리!

 

<() 3> - 이영도

 

너는 저만치 가고 /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번 흔들지 못한 채 /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愛慕)/ 사리(舍利)로 맺쳐 / 푸른 도로 굳어라.

 

<기다림> - 유치환

 

무척이나 무척이나 기다렸네라. / 기다리다 기다리다 갔네라.

날에 날마다 속여 울던 뱃고동이 / 그제사 아니우는 빈 창머리

책상 위엔 쓰던 펜대도 종이도 그대로 / 눈 익은 검정 모자도 벽에 걸어 둔대로.

두번 다시 못올 길이었으매 / 홀홀히 어느 때고 떠나야 할 길이었으매

미래(未來) 없는 억만(億萬) 시간(時間)/ 시간마다 기다리고 기다렸네라.

흐림 없는 그리움에 닦이고 닦이었기 / 하늘에 구름빨도 비취는대로

이름 없는 등성이에 / 백골(白骨)은 울어도.

그때사는 정녕 / 너는 아니 와도 좋으네라.

 

<황혼에 서서> - 이영도

 

산이여, 목메인듯 / 지긋이 숨 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 먼 침묵은

어쩌지 못할 너 목숨의 / 아픈 견딤이라.

너는 가고 / 애모(愛慕)는 바다처럼 / 저무는데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 유치환

 

마침내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무량한 안식을 거느린 저녁의 손길이 / 집도 새도 나무도 마음도 온갖 것을

소리 없이 포근히 껴안으며 껴안기며 -

그리하여 그지없이 안온한 상냥스럼 위에 / 아슬한 각달이 거리 위에 내걸리고

등들이 오르고 / 교회당 종이 소리를 흩뿌리고.

그립고 애달픔에 꾸겨진 혼 하나 / 이제 어디메에 숨 지우고 있어도.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 귀를 막고 -

그리고 외로운 사람은 / 또한 그렇게 죽어 가더니라.

(

.............................................................................................................

 

시조 시인 정운 이영도는 같은 시조 시인 이호우의 여동생이고 유치환의 애잔한 시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로 시작되는 [행복] 이라는 시의 주인공이고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뭍같이 까딱않는데/ '파도' 시도 청마의 정운(파도)을 향한 애타는 마음이다. 이영도는 청마 유치환이가 20년을 두고 사랑한 여인인데 청마가 교통사고로 죽고 난 뒤에 발표한 시조이다. 이호우의 시조 '균열' 차라리 절망을 배워 바위 앞에 섰습니다./무수한 주름살 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또 하나 금이 갑니다.

.............................

 

청마 유치환의 사랑편지 그리고 정운 이영도의 시조

청마!! 그를 말할때면 사람들은 항상 이영도라는 사람을 항상 말하고는 한다.

황폐하지 않은, 불모의 사랑이 아닌, 소중

하고도 행복한 사랑, 즉 주는 사랑을 20여년간 한 사랑...

 

사랑하는 정향!

바람은 그칠 생각 없이 나의 밖에서 울고만 있습니다.

나의 방 창문들을 와서 흔들곤 합니다.

어쩌면 어두운 저 나무가, 바람이, 나의 마음 같기도 하고

유리창을 와서 흔드는 이가 정향, 당신인가도 싶습니다.

당신의 마음이리다.

주께 애통히 간구하는 당신의 마음이 저렇게 정작 내게까지 와서는 들리는 것일 것입니다.

 

나의 귀한 정향, 안타까운 정향!

당신이 어찌하여 이 세상에 있습니까?

나와 같은 세상에 있게 됩니까?

울지 않는 하느님의 마련이십니까?

정향! 고독하게도 입을 여민 정향!

종시 들리지 않습니까?

마음으로 마음으로 우시면서 귀로 들으시지 않으려고 눈 감고 계십니까?

내가 미련합니까?

미련하다 우십니까?

지척 같으면서도 만리길입니까?

끝내 만리길의 세상입니까?

 

정향!

차라리 아버지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 죄값으로 사망에의 길로 불러 주셨으면 합니다.

아예 당신과는 생각마저도 잡을 길 없는 세상으로

-유치환으로부터 이영도 여사에게-

 

 

황혼에 서서 /이 영도

 

()이여, 목메인 듯

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먼 침묵(沈默)

 

어쩌지 못할 너 목숨의

아픈 견딤이랴

 

너는 가고

애모(愛慕)는 바다처럼 저무는데

 

그 달래입 같은

물결 같은 내 소리

 

세월(歲月)은 덧이 없어도

한결 같은 나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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