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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백년 전의 편지
얼마나 그리우면 꿈에라도 만나 볼까
한(恨)맺힌 눈물 찍어 편지를 전했어도
무심한 이 소식없어 하얀 밤을 지새오.
죽도록 같이하자 팔 베게로 맺은 언약
그 약속 어이하고 북망산에 먼저 갔소
뱃속의 어린자식은 뉘를 보고 아비하나.
4백년 오랜 설움 구천을 떠돌던 혼
이제는 가려해도 그리움 미련남아
눈물에 젖은 육신이 미라 되어 누웠소.
1998년 4월 25일, 경상북도 안동시 정상동에서 안동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발굴팀에 의해
무연고 묘지를 발굴하던 중 미라 1구와 편지 1통이 발견되었다.
편자는 이응태(李應台, 1556~1586)의 부인이 서른한 살의 나이로 아내와 뱃속 아이를 남겨둔 채
요절한 그를 그리며 쓴 간찰이다.
선조 19년(1586) 음력 6월 1일 안동에 살던 어느 여자가 남긴 편지로 문학사, 여성사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높다. 또한 이응태의 가문인 고성 이씨 문중에는 수백여 년간 문중 인물들이 썼던
수많은 친필 간찰들이 전해 내려오는데, 이중 이응태와 관련된 여러 편지들과 함께 대조하여
당시 경상도 지역 사회문화생활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이다.
필사본이 아닌 친필 원본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기 때문에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중국 국영 TV에서도 관련 방송을 통해 소개했다.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 상설 전시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작가 조두진이 능소화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