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비가 재취(再娶)장가를 들었다. 이미 나이가 여든 살로 수염과 머리칼이 다 희다.
이 꼴을 본 장인 영감이 크게 놀랐다. 그 이튿날이었다. 장인이 신랑에게
“나이가 몇인고 ?”
하고 묻자 신랑은 서슴지 않고
“스물이 넷입니다.”
하고 겨우 들릴 만큼 말한다. 그러자 장인은
“스물 네 살 되는 사람이 어찌 이리 늙었는가 ?”
하고 화를 벌컥 내자 신랑은
“그러면 마흔이 둘입니다”
하고 말을 흐린다. 장인이 다시 화를 내며
“마흔 둘, 그것 역시 거짓말이야”
하고 굳이 따진다. 신랑은
“그러면 사면이 다 스물이랍니다”
하고 똑똑히 말했다. 장인은
“그럼 여든이로군. 뜻밖에 신랑의 나이가 나보다 많군 그려. 내가 처음 물었을 때 어찌 바로 대지 않고 두 차례나 회피했단 말이오 ?”
하고 따지니 신랑은
“내 애당초부터 실토했으나 장인영감께서 잘 알아듣지 못한 탓이지요 .마흔이 둘이면 여든이요, 스물이 넷도 여든이지요. 내 비록 늙었지만 아내가 잘 보양(補陽)을 해준다면 올해 안은 부지(扶支)할 것이오”
하고 자신 만만함을 과시하는 것이다. 때는 이미 그 해 섣달이 끝나는 작은 그믐날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자 모두 허리를 잡았다고 한다. -기문(奇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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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 중에 개장국이 있다. 이를 개장, 구장(狗醬), 보신탕, 지양탕(地羊湯)이라고도 부른다. 개장국은 삶은 개고기를 된장으로 끓인 장국에 말아 먹는다는 뜻이다.
개를 식용으로 한 역사는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발굴된 신석기유물 가운데 개 뼈가 들어 있었다. 유사 이래 보신탕은 농경사회에서 주로 먹던 음식이었다.
개를 식용으로 했다는 최초 기록은 중국 사마천의 사기에 있다. 사기를 보면 진덕공 2년(기원전6백79년) 삼복에 제사를 지낼 때 사대문에서 개를 잡아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주역과 예기의 곡례하편 월령 편에 천자가 먹고 제사에도 바쳤다는 기록도 있다.
중국에서는 고대 춘추전국시대로부터 명, 청대에 이르기까지 개고기는 상류층만이 먹을 수 있는 고급음식이었다.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 역사는 고구려 벽화 가운데 개를 잡는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구워 먹는 습속이 유행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개고기를 좋아하는 김안로(金安老)에게 아첨꾼들이 개를 뇌물로 바치고 벼슬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에는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구장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일반서민들은 개장이라는 속어로 많이 먹었으나 양반들은 개고기를 쓰지 않고 소고기 등을 넣은 육개장을 먹었다. 구장에 죽순을 넣으면 더욱 좋다. 또 고춧가루를 타 밥을 말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기운을 보충할 수 있다고 한다.
현대 영양학적으로도 개고기는 소화력이 뛰어나며 비타민(A, B), 지방질이 풍부하고 특수 아미노산 성분이 많아 체력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보신탕은 통상 개고기에 토란줄기, 들깻잎, 마늘 등을 넣어 요리하는데 추가되는 양념으로 많이 쓰이는 마늘에는 알리신과 스크로티닌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몸에 좋다. 고기에는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포화지방산이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많다. 지방질을 구성하는 지방구의 크기가 소나 돼지기름에 비해 6분의 1 정도로 작아 과식해도 탈이 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아미노산 조직이 사람과 가장 비슷하고 단백질 흡수율이 높아 고기의 육질이 연해 먹기가 편하다. 그래서 병후 회복이나 수술 후 많이 먹는다.
보신탕은 이승만(李承晩) 정권 시절에 생긴 말인데 개를 먹는 것은 야만적인 행동이라는 서양인들의 압력 때문에 개장국을 보신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과연 그렇게 몸에 좋은 개장국 한 그릇이면 마흔이 둘이라도 색시를 거느릴 수 있을까.
그래, 아무리 늙었다 해도 섣달 그믐날 하룻밤 정도야 못 넘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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