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 아기는 누가 보나

임기종 2024. 11. 23.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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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난한 집에 애들까지 많아 살기가 어려웠다. 먹을 것이 부족한데다 간난아이 보는데 지친 큰 애들이 모여서 의논한다. 부모가 밤일을 시작하면 불을 켜서 방해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알아차린 부모가 성냥과 부싯돌을 다 감춰버리자 자식들이 화로에 숯불을 담아 불을 켜댄다. 오래도록 밤일을 하지 못한 부부는 어느 날 화로에 무우를 묻어놓고 일을 시작한다. 그러자 자식들이 일어나서 화로를 쑤시며 불을 켜려고 했으나 무우 때문에 불이 붙지를 않았다. 그러자 한 녀석이 소리치는 것이었다.

어떤 놈이 무우를 묻었어? 무우 묻은 놈이 이번 애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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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벼를 추수한 후, 그 논에 보리를 파종하면 봄이 되면서 여물어 모내기 직전 4월말 ~ 5월초에 거둬들일 수 있다. 그런데 작은 소농이나 소작농들은 쌀이 부족해 4월 초순경이면 식량이 떨어진다. 따라서 보리타작할 때까지 약 한달 가량은 변변한 먹을 것 없이 지내야 하는데 이 시기를 보릿고개 또는 춘궁기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10월에 추수한 쌀로 4월까지 여섯달을 지내고 5월에 추수한 보리로 10월까지 다섯 달을 지내므로 한 달 동안은 양식이 부족한 것이다. 또 같은 면적의 논에 파종해도 보리가 쌀보다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은 이 때가 농번기라 하루 세끼를 다 챙겨 먹기 때문이다.

정약용(丁若鏞)의 기아시(飢餓詩)에는 이런 보릿고개 기간에는 초근목피(草根木皮) 등으로 끼니를 떼우고 빚을 내거나 또는 빌어먹어야 살아갈 수 있었으며 굶어 죽는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고 써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라는 속담은 가난한 사람들이 밥 대신 나무껍질과 풀뿌리를 자주 먹어 과잉 섭취한 섬유질로 인해 만성 변비에 걸렸기 때문이다.

보릿고개는 조선후기만 해도 주로 빈민층의 어려운 고비였으나 일제강점기에는 반봉건적 지주제가 확립되면서 소농 및 소작농이 전체 인구의 약 80에 달해지자 더 심해졌다. 광복 후 토지개혁법 제정 등으로 해결의 전환기를 맞았으나 6.25 때부터 1960년대 초까지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으며 70년대 초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진행되면서 비로소 해소됐다.

어느 부자 집 시아버지가 착한 며느리와 살고 싶어 묻는다.

얘들아, 고개 가운데 어느 고개가 제일 높으냐

막내가

뭐니 뭐니 해도 보릿고개가 제일 높죠

라고 대답을 한다. 다시

그럼 새 중에는 어느 새가 제일 크냐

라고 묻자 역시 막내가

뭐니 뭐니 해도 먹새가 가장 크죠

라고 명답을 했다고 한다.

식욕을 느끼는 것은 영양소 부족, 혈당 방출량 증가, 위의 수축 등과 직접 관계된다. 식욕의 인자로 중요한 것은 미각으로 이것에 따라 생리적으로 똑같은 결핍상태에서도 음식물 섭취량이 달라진다. 음식물은 미각을 매개로 한 기호에 따라 선택되는데 영양소의 결핍상태에 따라 다르다. 결핍상태가 진행되면 음식물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고 배가 부르면 좁아진다. 결핍상태 정도에 따라 기호가 질적으로 변하고 선택 순서도 바뀐다.

대사에 바탕을 둔 결핍상태를 일반기아(一般飢餓), 특수한 영양소의 결핍상태는 특수기아라 한다. 일반기아에서는 많은 음식물의 대체가 가능하지만 특수기아에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일반기아에 의해 보통 하루에 2, 3회 식사를 하는데 이 습관에 의해 식욕 조건이 부여되고 반대로 생리적 상태를 제어한다. 또 비만인 사람은 식사 때 눈앞의 음식량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먹기 때문에 생리적 욕구 조절이 어렵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배가 부를 때는 만족감을 느끼고 낙관적 태도를 취하기 쉽지만 기아상태가 심해지면 사회적 태도가 결여된 공격적 행동을 하거나 울적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불안이나 공포상태에서는 식욕이 감퇴하고 임신이나 출산 시에는 증진과 감퇴가 생기며 기호 변화도 일어난다.